여섯 무용수의 진솔한 이야기로 현대 무용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도모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댄서 하우스>가 12월 7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춤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왜 여전히 춤을 추는가?” 발레리노 김용걸, 발레리나 김지영,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무용수 성창용과 최수진, 그리고 한국무용이 깃든 동작으로 연극과 영화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예리와 김남건 여섯 명의 춤꾼은 무대를 통하여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스스로의 발레를 의심하는 발레리노와 발레리나, 김용걸과 김지영
1997년 ‘해설이 있는 발레’로 만난 김용걸과 김지영은 이번 무대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대신 자신들의 발레를 의심한다. 이번 무대는 1997년에서 2017년, 20년이라는 시간이 스민 몸으로 현재, 그리고 지금 이 순간과 가장 어울리는 춤을 찾아가는 장이다. 그렇기에 이번 공연은 완벽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분장, 정형화된 움직임이라는 발레의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가장 김용걸답고 가장 김지영다운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걸은 말한다. “40대 중반의 무용수, 은퇴를 생각하는 무용수,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모습, 가장 김용걸다운 자연스러움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지영은 말한다. “진실되고 좋은 사람은 무대에서 좋아 보이는 것 같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떻게 보이고 싶다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무대는 숨길 수 없으니까.”
춤과 연기를 ‘잇는’ 방식으로 한예리는 ‘있다’
‘춤’과 ‘연기’로 압축되는 삶, 한예리는 그 둘을 ‘이어가며’ 그를 추동력으로 삼아 스스로가 ‘있는’ 방식을 보여준다. “연기를 할 때는 제 안의 것을 비워내고 다른 자아를 넣는 반면 무용은 제 안을 꽉꽉 눌러 채우는 기분이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삶을 연기하기에(perform) 정작 스스로의 삶을 드러내는 일을 계속해서 연기하는(delay) 배우 한예리는 바로 그 스스로의 중심을 잡는 방식으로서 춤을 이야기한다.
자유로운 춤에 관하여, 성창용
기계적인 연습 일정에 맞추어 살아가던 무용수 성창용은 우연히 들른 뉴욕의 클럽에서 미니멀한 테크노 음악에 맞추어 스스로의 가장 흥겨운 움직임을 찾아 춤을 추던 50대 중반의 여성을 발견했다. 반복되는 일상의 리듬과 몸의 리듬이 맞닿는 지점은 무용수의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경험이었다. 에너지가 넘쳐 호스맨(horseman)이라고 불리는 성창용은 이번 무대에서 온전히 리듬에 스스로를 맡긴 움직임과 그 무한함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극장을 모두가 참여하는 클럽으로 만들고 싶다는 그는 “비트의 단순함이 각자의 내면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테크노, 그리고 뉴욕에 거주하는 노년의 클러버를 게스트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날 것의 스스로를 들여다보기, 김남건
한때 한국무용수였던 ‘김남건’은 <댄서 하우스> 출연 제의를 받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춤을 출 수 있을까?” 무용수, 연출가, 배우를 넘나들면서 그는 춤을 통하여 무용수 ‘김남건’과 배우 ‘백석광’ 사이의 빗금을 바라보는 오늘의 자신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연말에 우리가 자세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다가오는 해가 더 값어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기를 들여다봄을 날 것 그대로 관객 앞에 내보이겠습니다.” 이번 무대는 잠들어버린 ‘김남건’을 ‘백석광’이 깨워 춤추게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춤을 통한 관계, 최수진
한 명의 무용수는 하나의 춤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펼쳐내는가? 최수진은 무용수인 자신뿐만 아니라 그를 이루는 자신 이외의 것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동성을 발휘하는, 우리네 삶과도 같은 양상을 무대에 펼쳐 보이고자 한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감정들과 어울려 매 순간 새로운 최수진을 춤추는 무용수로서 그 자신은 ‘어떻게’ 갱신되는지를 춤춘다. 특히 이번 무대는 뉴욕의 시더레이크 컨템포러리 발레단에서 만나 최수진의 춤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 준 국립현대무용단 동료 시즌 무용수 매튜 민 리치가 함께 출연하여 말 그대로 새로운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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