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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빚어낸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관하여 - 〈가상 리스트〉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의 8개 무용 작품 중 마지막으로 <가상 리스트(Virtual List)>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안무가 이동원은 이번 무대에서 인간 신체를 통하여 가상과 현실, 그리고 그 틈새를 살아내는 인간에 관하여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가상 리스트>의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가상과 현실은 어떠한 차이를 갖는가? 가상(假象, virtual)의 사전적 의미는 주관적으로는 실제 있는 것처럼 보이나 객관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짓 현상이다. 가상과 현실의 차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상’이라는 단어가 ‘현실’과 더불어 사용될 때 가장 분명해진다. 가상현실이란 특정한 실제의 상황이 아니라 체험자가 그 상황을 실제로 경험한다고 느끼도록 직조된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가상 리스트>는 이처럼 가상과 현실, 인식적 오류일 수 있는 주관의 경험과 객관적 사실이 뒤얽히는 세계를 살아내는 인간의 방식을 탐구하고자 한다. 현실을 하나의 이미지(象)로 만드는 원동력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발원하는 욕망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가상 리스트>의 두 번째 질문이 도출된다. 가상을 만들어내는 인간 욕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충족되는가? <가상 리스트>는 이성에 기댄 관객의 인식을 혼동으로, 심지어 오류로 이끄는 형식을 통하여 이에 대한 답을 모색한다. 아울러 주제에 따른 움직임을 탐구해 온 만큼, 안무가는 삶의 모습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는 동시에 일정한 발전 단계를 보이는 욕망의 본질을 표현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욕망의 양태를 장면 장면의 주제로 삼아 표현하였다.

 특히 이동원은 아지드 현대 무용단 단원이자 원 댄스 프로젝트 그룹의 대표로서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현대 무용은 물론 무용과 다른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계속해 온 안무가이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화되고 전자가 오히려 후자를 압도하는 세계는 어떻게 무대로 화할 것인가? <가상 리스트>만의 독특한 시도가 기대되는 바이다.


글_ 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사진_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