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에 오른 현대무용단 LDP(Laboratory Dance Project)가 오는 3월 23일 제18회 정기공연의 막을 올린다. 폐막식 무대에 오른 <새로운 시간의 축>이 미래의 물결(The Next Wave)를 주제로 했던 만큼 다크호스 국내 안무가 3인이 꾸미는 이번 무대에서는 창단 20주년을 앞둔 LDP의 세대교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의 상실에 관하여, 임샛별의 <소녀>
임샛별은 영국 아크람칸무용단과 댄스 경연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댄서다. 안무가로서 그는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토대로 다양한 접근 방법과 감성적인 연출을 취하고자 한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소녀>는 내적인 아름다움을 외적인 것으로 환원하는 사회상과 우리 모두의 편견을 신체로써 표현한 작품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소녀>가 LDP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성 댄서만으로 구성된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구성은 LDP 창단 당시 제1회 정기공연에서 독일 안무가 크리스티나가 4명의 여성 댄서로 구성한 <Potato> 이래 처음이다. 임샛별은 이번 무대가 여성 댄서 8인이 그들의 기량과 신체를 비롯한 그들 각자의 개성을 펼쳐 보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소녀’ 그리고 그 ‘순수’란 그 조합이 상기시키는 남성주의적 편견을 벗어나며, 그로써 포섭될 수 없는 여성을 긍정한다.
폭력과 그 순환고리, 김성현의 <이념의 무게>
이념이라는 명목 하에 자행되었던 폭력은 멈추었는가? 김성현은 일련의 역사적 영화들로부터 히틀러에 의하여 벌어졌던 다양한 폭력의 형태를 접하는 동시에 오늘날에도 같은 폭력이 다만 ‘세련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와 같은 현실을 신체의 움직임, 영상과 이미지 간의 입체적인 구성을 통하여 드러내고자 한다.
<이념의 무게>는 6명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서로 다른 상징과 의미, 이미지의 향연으로부터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폭력 상황과 그에 따른 심적 압박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주어진 상황을 분해하고 재조립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김성현은 통념적이지 않은 이미지와 상호작용하는 영상을 통하여 관객에게 순환이라는 틀을 새로이 전달할 예정이다.
거울은 무엇을 비추는가, 이정민의 <거울 앞 인간>
마지막으로 춤보다 안무를 목적으로 LDP에 입단하였던 이정민의 <거울 앞 인간>은 거울에 관한 통념적 정의를 되묻는 지점에서 시작한다. 이는 동작에서 시작하여 작품을 만들어나가기보다 상징적인 오브제를 사용하여 콜라주하며 역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과 상응한다. ‘거울 앞에 서면 누구나 거울에 비친 우리의 겉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에 숨겨진 우리 안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착상에서 <거울 앞 인간>은 시작한다.
이와 같은 의문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능력, 달리 말해 지성에 관한 의문과 상통한다. 때로 수많은 지성이 연루된 사건은 그 본질을 상실한 채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그렇다면 거울 앞을 한참 서성이다 외면만을 자기 자신으로 취하는 인간과 지성만을 위시하는 사회는 어딘가 닮아있다. 우리는 거울 앞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거울이 비추는 것은 무엇인가, 이정민은 움직임을 통하여 그 의문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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