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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통한 지금, 여기의 독법 - 댄스씨어터 창의 ‘S-그 말 못한 이야기’


 미투(#MeToo) 운동은 섹슈얼리티와 젠더로 대변되는 비뚤어진 권력 관계를 고발하고 심판하는 정치적 선언이자 지금, 여기를 함께 바꾸어나가자는 운동(#WithYou)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는 7월 2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댄스씨어터 창의 공연 ‘S-그 말 못한 이야기’는 미투라는 현재진행형의 사태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라는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삼아 개인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는 고통을 춤을 통하여 읽어내려는 시도다.



[영상] 2018 댄스씨어터 창 정기공연 ‘S’

제1부 <RED>

그 공간에는 둘만 있었습니다.
그의 입김도,
그의 손길도,
그의 눈빛까지도 나에게는 큰 무게였습니다.
이제 말해주세요. 뭐라고 이야기해주세요.

그 날에도 둘만 있었습니다.
나의 외침도,
나의 반항도,
나의 슬픈 눈빛까지도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제 말해주세요. 뭐라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냥 묻으려 하지 말고,
그냥 피하려 하지 말고,
이제는 말해주세요. 뭐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신작 <RED>는 올해 초부터 확산된 미투 운동에 관한 말하기이다. <RED>는 미투 운동이 폭로하는 불합리한 위계에 의한 성폭력, 그 고통의 이야기를 다룬다. <RED>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무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성범죄의 위협에 놓여 있는지에 대하여 경각심을 표지한다. 이로써 <RED>는 그 자체 남성과 여성,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등 모두가 동등한 인격체로 자리할 수 없는 권력 구조에 관한 고발이 되고자 한다.


제2부 <또 다른 봄>

어느 날, 어딘지도 모르고 잡혀 끌려갔던
그곳은 세상의 지옥이었다.
고향을 그리며 그 숨막히는 공간 속에서 울고 또 울었다.
꿈속에서 울밑에 선 봉선화를 보았다.
엄마의 모습도, 따뜻한 고향 집도 아른거렸다.
그 시절 나에겐 봄이 있었다.
그 꿈속을 걸어 다시 돌아왔건만
세월의 아픔은 아직도
뼛속까지 몸서리치게 한다.
이제 또 다른 봄, 저 기억 멀리 사라져간다.

이 땅에 사는 또 다른 봄을 기다리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며…



[영상] <또 다른 봄>(2017년 부산시립무용단 ‘댄스포스’ 기획공연 초청)

 <또 다른 봄>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라는 민감한 과거를 투영한 작품으로, 2017년 초연 당시에도 안무가 김남진의 직설적이고 선명한 연극적 화법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2018년의 무대에서 <또 다른 봄>은 미투 운동과 그를 다룬 <RED>와 더불어 동시대와 맞닿아있는 역사의 비극을 반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다.


글_ 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사진_ MC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