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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수요춤전 - 안명주의 전통춤판 '결'

이번 2018 수요춤전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춤과 궤를 함께 한다. 10월 17일 공연되는 안명주의 전통춤판 “결”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 전통춤은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사라지거나 전승돼온 우리 민족 고유의 춤으로 크게 궁중무용, 민속무용, 종교적 의식이나 제사에서 추는 의식무용, 그 밖의 무용으로 구분된다. 크게 분류하면 당시 기득권층의 궁중 문화의 정수를 표현하는 정재와 기층문화의 전통을 나타내는 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전통 춤이야 말로 100년의 깊이를 표현해내는 움직임이기에 다른 어떤 춤보다 소화하기가 힘이 든다. 춤에 연륜이 묻어있지 않으면 지나치게 가벼워 보일 수 있고, 세월의 역사를 춤에 고스란히 녹여내기란 쉽지 않다.

  안명주는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진유림 명무가 갈고닦아온 우리 전통춤의 결을 민속춤의 흐름 속에서 갈고 닦았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통 춤의 원형을 살리되 계속해서 추어지고 다듬은 전통춤을 선보이고, 마치 미래의 명작으로 나아가는 레퍼토리로 묶어 선보이며 전통춤의 미감(美感)과 흥감(興感)을 전한다. 안명주는 원광대학교 무용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 국립민속국악원 무용단 수석을 맡고 있으며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40호 학연화대합설무 전수자이자, 진유림 청어람 우리춤연구회 회원이다.

  본 공연은 ‘대신무’, ‘연흥무’, ‘규장농월’, ‘춘향가 판소리’, ‘살풀이’, ‘허튼법고’로 이루어진다. 6개의 무대가 모두 춤이 아닌, 소리도 첨가하여 전통의 미(美)에 확실히 젖어들게 한다.

  첫 번째 무대는 안명주의 ‘대신무’로 시작한다. 이 춤은 생명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단한 삶의 짐을 뛰어넘어 삶의 기쁨을 찾는 무속적 의미가 있다. 현실의 고통에 지쳐 자기 존재의 의미를 잃어갈 때 자기 생명의 불씨를 확인하여 잊혀진 삶의 용기를 일으킨다. 첫 번째 무대가 끝난 뒤엔 두 명의 무용수들이 ‘연흥무’를 선보인다. 전 무대가 생동감 있게 막을 열었다면 이번 무대는 보다 서정적이고, 춤사위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마치 어느 고전 벽화에 오래된 그림이나 서책에 있을 법한 장면을 몸짓으로 조잘대는 느낌이 든다.

  예부터 호남은 소리요 영남은 춤이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남에 춤이 없고 영남에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무대인 규장농월은 경기민요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에 어우러지는 장구춤으로 독특한 기교가 특징이다.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봄날 아름다운 꽃을 찾아 생명체들이 너울너울 노니는 듯 현란한 장구소리와 함께 흥겹기 이를 데 없는 한편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세 번째 무대가 끝나면 방소미의 소리가 무대를 채운다. 연달아 춤을 추지 않고, 중간에 소리를 선보여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 좋은 역할을 할뿐더러 소리의 미에 대해 흠뻑 취하게 된다. 소리의 곡명은 춘향가중 이별대목이다.

  다섯 번째 전통춤은 가장 흔히 봤을 법한 살풀이춤이다. 살풀이춤에 내재된 심성은 깊은 한(恨)이지만, 단순히 슬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환희와 신명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이중 구조의 인간적 감정을 표현한다. 살풀이는 크게 호남류 및 영남류로 나니는데 안명주의 살풀이는 이매방류의 살풀이다. 호남 지역의 살풀이춤은 다채로우면서도 깊은 춤사위의 맛을 지니고 있다. 어려서부터 권번에서 춤을 배운 이매방은 여성적인 기방계 살풀이춤의 교태미가 담긴 춤사위를 표출한다. 고도로 다듬어진 뛰어난 기교를 보이는 이 춤은 이매방 선생으로부터 진유림 명무가 계승하였고 안명주의 느낌이 가미되어 전통춤이지만 신선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 무대는 가장 화려한 장단으로, 보는 이를 절정에 이르게 한다. 이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연은 마무리 된다. 이 춤은 ‘허튼법고’라는 춤인데, 장단의 분위기와 상황에 따른 즉흥적인 허튼 춤사위가 일품이다. 특히 화려한 북가락을 바라의 속가적인 음악으로 풀어내는 춤사위가 모든 것과 하나로 교감하는 그 순간 춤이 절정에 이르게 된다.

  안명주의 전통춤판 ‘결’은 우리 전통춤이 걸어온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전통춤을 통해 무대의 맛을 흥하게 하고 멋을 돋워준다. 우리 전통춤만큼 시대와 세대를 거듭하면서 농도가 짙어지는 것이 또 있을까. 전통춤이야말로 우리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져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잠깐의 바람이 아닌 우리와 세월을 함께하는 전통춤의 진수를 알고 싶다면 이번 수요춤전의 안명주의 전통춤판을 추천한다. 무대를 보고 나면 ‘전통’을 고수하여 지속, 발전시키는 춤꾼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게 될 것이다.



글_ 윤혜준 기자
사진_ 국립국악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