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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미 무용단의 묵간(墨間), 열일곱 번째 이야기 ‘시간의 역사’



 1993년 창단 이래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여 온 김운미 무용단(KUM Dance Company)의 소극장 기획 공연 ‘묵간(墨間)’이 올해로 열일곱 번째를 맞이한다. 올해 묵간의 주제는 ‘시간의 역사’로, 오는 7월 3일 금요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세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광복 70주년의 시점에서 춤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오갈 세 명의 안무가 박진영, 김수기, 안지형, 그리고 무용단 대표 이규정을 Dance Post. Korea가 만나 보았다.





Q. 이번 무대에 오를 <바람의 기억, 강물에 흐르다>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진영(이하 박): <바람의 기억, 강물에 흐르다>는 해방 당시 국민 소득 45달러에 불과했던 나라가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하기까지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우리가 딛고 서서 영위하는 삶이 있기까지의 역사를 춤을 통해 되짚어 보고자 하였다.


Q.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각 장의 제목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박: 해방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성장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지 않는가.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물과 바람에 빗대어 춤으로 풀어내고자 하였다. 제 1장 <검은 메아리>는 한국 전쟁과 같이 어두운 시기를, 제 2장 <새로 이는 바람>은 한강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의 바람이 불어오는 시기를, 제 3장 <그 바람에 기대어>에서는 그를 통해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풀어내고자 하였다. 최근 개봉하였던 영화들 중 ‘국제시장’과 비교할 수 있겠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살아낸 아버지의 삶을 그려낸 영화처럼, ‘시간의 역사’라는 주제 아래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 대해 물음을 던져 보고 싶었다. 마지막 장인 제 5장의 제목 <물(物)론>이 갖고 있는 중의적인 의미도 그에서 비롯된 것이다.


Q. 이번 무대에 라이브 연주가 함께 한다고 들었다.
박: 그렇다. 작년에도 라이브 연주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작업을 하였다. 이번 작품을 위해서도 따로 작곡을 하였고 탭, 드럼, 콘트라베이스, 건반 악기 등의 실연 팀과 함께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Q. 이번 작품의 안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박: 이전 안무작 <동상이몽-이중적 고찰 Ⅰ·Ⅱ>가 이중적인 내면의 심리를 표현하는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춤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풀어내야 하는 작업이 필요해 어떻게 하면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줄곧 고민했다. 당시 실제로 독일로 나갔던 광부의 경험담을 참고하기도 했고, 실제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한 빈부격차나 여러 가지 경제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며 작업하였다.





Q. 이번 작품 <우리형>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수기(이하 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광복이라는 역사적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춤으로 풀어보고자 하였다. 독립군의 동생이 시간이 지나 70세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오늘날의 관객에게 우리의 형, 우리의 이웃으로서의 독립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Q. 보다 구체적으로 작품의 내용을 설명한다면?
김: <우리형>은 관객이 좀 더 쉽게 주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연기의 요소를 사용할 예정이다. 당시 독립군이라는 신분은 철저히 은폐되어야 하는 것이었지 않나. 목사, 트랜스젠더, 바보와 같이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 있는 이들이 사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독립군이었음을 그들의 동생의 입을 통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Q. 광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감행한 이유가 있는지.
김: 난해한 현대 무용 앞에서 관객들이 주제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시간의 역사’라는 주제 아래 광복이라는 진중한 주제를 일반 관객에게도 어떻게 제대로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결과이다.


Q. 그렇다면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관객과의 소통이다. 보다 새롭고 재미있는 형식의 춤을 통해 현대의 관객에게 지금 우리 모두가 숨을 쉬는 것과 같이 누리고 있는 ‘자유’라는 것이 과거에는 얼마나 간절한 이념이었으며 어떤 희생을 통해 성취된 바인지가 분명하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Q. 이번 작품 <마지막 수요일>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안지형(이하 안): <마지막 수요일>의 ‘수요일’은 1992년 1월 8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위안부 수요시위를 의미한다. “우리는 매주 오늘이 마지막 수요일이기를 바라며 이 자리에 나옵니다.”라는 한 시위 관계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 광복 70주년인 현 시점에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이다. 언젠가는 꼭 <마지막 수요일>이 오고야 말리라는 염원을 담아 위안부 할머니들께 이 작품을 헌정하고자 하였다.


Q. 위안부라는 무거운 주제를 어떻게 춤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안: 수요시위에 초점을 맞춰 위안부 할머니들과 동행하는 평화나비들의 희망과 의지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프랑스의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도 전시되었던 <지지 않는 꽃>의 앙코르 전에서 마주쳤던 소녀들의 모습, 외로운 소녀상을 보듬는 희망과 위로의 포옹, 하나의 평화나비가 둘이 되고 셋이 되는 과정 등을 춤을 통해 재현할 예정이다.



Q. 미디어디렉터의 참여는 어떤 무대 요소를 위한 것인지?
안: 이번 공연에서 ‘퍼펫 애니매이션’이라는 미디어 아트를 사용하였다. 특별 출연하는 남자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서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로, 관객들에게는 무용수의 움직임과 그에 상응하는 퍼펫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이 동시에 보일 예정이다.


Q. 위안부라는 주제를 작품화하는 과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안: 워낙 민감한 역사적 주제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수요시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였다. 춤추는 이는 할머니들일 수도, 다시 환생한 소녀들일 수도, 또 수요시위에 동행하는 대학생들일 수도 있다. 작업을 위해 접했던 관련 자료들을 공유하며 무용수들에게도 같은 국민으로서, 그리고 같은 여성으로서 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 수요일>이 그녀들의 멈추지 않는 희망과 의지를 보여주는 치유의 춤이자 이 문제가 절대 끝나지 않은 문제임을 명확히 하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세 안무가와의 인터뷰 이후, Dance Post. Korea는 이규정 대표를 통해 1998년부터 계속되어 온 공연 ‘묵간’의 의미와 이후의 계획에 대해 간단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Q. ‘묵간’이라는 공연명의 의미가 궁금하다.
이규정(이하 이): 묵간은 우리의 몸을 누렇게 바랜 한자의 여백 위를 내달리는 붓으로 삼아 빈 무대를 번져가는 먹 글씨와 같이 춤사위로 채워나가고자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묵간’은 1998년부터 17년째 거의 매년 계속되고 있으며, 해마다 안무가들이 모여 함께 큰 주제를 결정하고 작업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Q. 올해의 주제가 ‘시간의 역사’인 이유가 있다면?
이: 2015년 올해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역사’라는 주제 아래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어디에 발을 디디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과거의 굴곡을 펼쳐보는 일이 우리의 삶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춤을 통해 되돌아보고자 하였다. 다양한 창작 활동으로 한국 무용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키며 새로운 예술적 실험에 도전하는 동시에 대중과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우리 무용단만의 개성적인 소극장 기획 공연의 명맥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다.


Q. 김운미 무용단의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무용단 차원에서 또 다른 전시와 공연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다수의 다큐댄스 작품을 선보여 온 경험을 바탕으로 주체적인 민족성과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오는 9월 10-11일,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1부 전시, 2부 공연으로 구성되는 공연을 기획 중이다. 우리의 전통과 역사성이 담긴 사실적이고 감각적인 무용 공연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미래지향적인 문화주체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체험 전시를 통해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고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_ 인턴기자 심온(서울대 미학 석사과정)

글_ 인턴기자 안수진(서울대 미학/경영학 4)

사진_ 김운미 무용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