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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창단 30주년 <명불허전>

제주특별자치도립무용단 창단 30주년 <명불허전> 

1990년에 창단된 제주도립무용단이 30주년을 맞아 전, 현직 안무자 5명을 초청하여 <명불허전(名不虛傳)> 공연을 했다. 초대 예술감독 김희숙, 2대 김정학, 5대 배상복, 6대 손인영, 그리고 현재 7대 김혜림 감독이 제각기 독무(獨舞)를 공연한 후 재임 시절의 대표 작품을 현직 단원들과 함께 재구성한 군무(群舞)를 펼쳤다.

김희숙 초대 예술감독은 창단 이후 20년간 재직하며 제주도립무용단의 기틀을 다졌다. 첫 번째 군무 <섬의 몸짓>에는 제주의 토속춤 <해녀춤>이 등장하였다. 제주 해녀 비바리들의 소품(물허벅, 태왁)과 노동(잠수, 해산물 채취)을 ‘무용’으로 승화해서 보여주었으나 재현과 묘사에 지나지 않아 창작성의 성취를 논하기 어렵다.

2대 예술감독 김정학이 안무한 <사월의 동백>은 제주다운 주제를 명징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군무 대부분이 ‘제주다움’을 추구하였으나 제주의 의례와 춤의 재가공이나 제주 풍광의 인용이었다. 김정학은 진실로 ‘명불허전’에 이른 60대 관록의 무용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만큼 춤동작이 지극히 섬세해졌다. 그러나 구성이 굿의 제의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감성표현이 지나친 까닭에 주제성이 함몰되어 아쉬웠다.

배상복 전 예술감독은 오늘날 ‘신전통춤’으로 갈음되는 한국 신무용의 마지막 자락인 최현과 국수호의 맥을 잇는 남성 무용가로 알려져 있다. <용연의 밤>에서 두 스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국립무용단 <묵향>과 여러모로 중첩되나 국립 때보다 더 솟아오른 치마의 ‘배불림’에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거북하여 춤 감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로 활약했던 손인영 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송범-국수호 콤비가 만들어낸 드라마와 스페터클이 섞인 안무 자장(磁場)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수호의 여성 군무 <백제춤>의 흔적이 <아박무와 앵무새춤>에 나타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손인영 표의 안무라는 것은 복잡한 가야금의 선율과 음색을 하나하나 살린 동작의 디테일에서 확인되었다.

현재 예술감독인 김혜림은 제주도립무용단에 부임한 이래로 제주의 풍광과 세월을 고고학적으로 탐구하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번에 올린 <곶곳>은 그 연작의 하나이다. 김혜림은 <곶곳>을 통해 검은 현무암과 깊은 곶을 상징으로 제주도민의 숨결을 탁월하게 해석하였다. 이번에 제주라는 변방에서 쏘아 올린 김혜림 표 동시대 춤의 힘은 매우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