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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미컴퍼니의 <4괘>

안은미컴퍼니의 ‘4괘’ 

안은미컴퍼니는 ‘4괘’라는 컨셉으로 4개의 작품을 공연하였다. 용∙이름∙거시기∙조상님을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을 지탱하는 4가지 괘로 상정하고 탑다라니 부적으로 액막이 포스터를 만들었다. 내부적으로는 피와 땀으로 쌓은 예술역사의 축적이자 Top인 작품들이며, 외부적으로는 ‘신-이름-성-조상’을 탑다라니 부적으로 감싸므로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나례의식임을 알리고 있다.

<렛미 체인지 유어 네임!>은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시각적 쾌감을 주는 한 편의 ‘회화 무용’이다. 16년 전, 문화 간 충돌을 주제로 창작되었으나 팬데믹 시공간에서는 현실적 무력감으로 외롭고 고뇌하는 청년들의 모습으로 치환된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안은미는 처참하고 자학하는 청년들을 위로하고 안아주는 마고여신이자 피에타 조각의 성모마리아가 된다. 성숙해진 인간 안은미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거시기 모놀로그>는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 할머니들의 첫 번째 섹스를 탐방함으로써 안은미가 인류문화적인 접근으로 춤을 활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오일장에서 장사를 하는 미술가, 재개발지역을 기록하는 영상작가처럼 역사와 현장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반짝이와 몸빼바지 등 B급 정서로 포장하고 있지만,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성과 노동을 착취당하고 성폭력과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사회 여성들의 강요된 정절문화를 기록하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피로 적시는 것은 파격이 아니라 사회∙시대적 아픔을 표현하는 예술가의 따뜻한 공감이자 해원이다.

춤은 안은미에게 ‘기쁨’인 것 같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시골 할머니들에게 춤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한 시도를 한 후 할머니들의 본능을 발견, 기록, 연구한 결과물이다. 작품은 관객에게 묻는다. 춤은 본능적인가? 역사와 시대를 거쳐 전달되어지는 문화인가? 타인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가? 전문 무용수와 할머니 춤의 차이는 무엇인가?

안은미컴퍼니의 실험을 보고 관객은 묻고 싶다. 시골 할머니들이 무대 위에서 쑥스럽지는 않은가? 관객을 의식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가? 무대 위 시골 할머니와 관객들이 모두 예술적 카타르시스가 가능할까? 이 모든 궁금증의 해답은 무위할 것이나 작품을 본 후 느낌은 같을 것이다. 안은미는 역사성∙여성성∙애민정신이 가슴에 흐르는 춤 선생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