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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씨어터 창 <굿_사도>

 

 

댄스씨어터 창의 <굿(Exorcism)-사도>는 국내 무용작품으로는 장르의 융복합 시대를 여는 첫 시도이다. 역사 속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을 최근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아동학대 사건인 정인이의 사연과 연결해 극을 이끄는 이야기로 삼았다. 이 두 사건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한국사회에 커다란 문제로 떠오른 아동학대라는 열쇠말을 관객에게 던진다.

<굿(Exorcism)-사도>의 매력은 컨템포러리 서커스를 비롯, 라이브로 듣는 거문고 연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검무,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조명 디자인, 뒤주를 연상시키는 설치, 과거와 현실을 오가는 관문인 거울과 극장 바닥을 흐르는 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무대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이음새 없이 맞물리며 서사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장치로 사용된다는 점에 있다.

생각할 사(思)에 슬픔 도(悼). 사도세자의 죽음이 너무나 참혹해서 생각할수록 슬픔에 빠진다는 뜻이다. 실제로 영조는 사도세자를 죽이면서, 통풍이 되지 않게 뒤주 벽면에 유약을 발랐고 그 속에서 사도세자는 8일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죽었다. 그의 비극적 죽음은 아이를 부모의 기분에 따라 때리고 방치하고, 심지어 여행용 트렁크에 담아 유기한 아이의 죽음을 통해 되살아난다.

“내가 바란 건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라고 울부짖으며 죽어간 사도세자는 아동학대로 죽은 여자아이와 만난다. 김남진 안무가는 이 상황을 직설화법의 연출로 풀어내며 관객에게 비극의 잔혹성을 보여준다. 뒤주에 자신의 몸을 묶고 회전하는 서커스는 사형대를 향해 걸어가는 사도세자를, 깨진 거울과 바닥의 흥건한 물의 이미지는 뒤주 속에서 죽어간 사도세자와 트렁크에서 죽어간 아이가 흘린 눈물을 상징한다.

극 중 서커스를 통해 보여주는 요요 퍼포먼스는 부모와 자식을 잇는 인연을 상징한다. 한 줄의 실 위에서 전후를 위태롭게 오가는 요요는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끈이 끊어질 때,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긴장감을 관객의 내면에 고조시킨다. 댄스씨어터 창의 이번 작품 제목에 왜 굿(Exorcism)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까? 이는 부모와 자식 간의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려는 염원을 담으려는 의도가 아닐까 싶다.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는 순간 등장하는 집단 검무는 이 죽음이 정인이의 죽음만큼이나 우리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상기시킨다. 작품 속 모든 요소가 힘껏 시위를 당겨 쏜 화살처럼 관객들의 심장에 꽂힌다. 장르 간 융복합 작업에서 종종 나타나는 극의 산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품을 정교하게 연출하려는 안무가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융복합 공연의 첫 장을 멋지게 열었다. 모두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