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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자궁에서 잉태된 보석 같은 추상발레: 국립발레단 <주얼스>

  

<주얼스>는 조지 발란신이 1967년에 발표한 3막 추상발레작품이다. 에메랄드,루비,다이아몬드 세 종류의 보석이 각 장의 주제다. 추상은 누에고치가 실을 뽑듯, 대상의 본질을 끄집어낸다는 의미이다.발란신이 보석 브랜드인 반 클리프 앤 아펠의 매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본 발레리나 브로치를 보고 영감을 얻어 창작했다고 한다.

작품 속 안무와 의상, 음악은 완벽하게 한 몸을 이룬다. 발란신은 1904년 제정러시아에서 작곡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음악교육을 받았다. 그는 어떤 안무가보다 강한 음악성의 소유자로 음악을 분석하며 최적의 춤의 형태를 선택하기로 유명하다.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이 발란신의 공연을 보며 “프리즘이 빛을 아름답게 분해하듯, 그를 통해 음악이 춤으로 분해되어 나온다”고 했을 정도로 그는 무용과 음악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세계로 그려낸다.

1막 ‘에메랄드’에선 가브리엘 포레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와 <샤일록> 두 곡을 낭만주의 발레와 결합했다. 작품 속 신비주의적 색채를 빌려 발레에 적용했다. 고전 그리스 시대부터 몸에 착용하면 정절을 지켜주고 사랑에 금이 가면 빛을 잃는다고 알려진, 이후로 늘 사랑의 징표로 여겨진 보석 에메랄드를 표현하듯 짙은 녹색의 튀튀를 입은 무용수들의 몸은 공기를 부유하는 정령처럼 곡선으로 흐르는 팔 동작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2막의 주제인 ‘루비’는 과거 지구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이었다. 보석에 내재된 열정을 형상화하듯, 빨강색 튜닉을 입은 무용수들은 현대발레에서 차용한, 골반을 밀거나, 무릎과 손목을 꺾는 도발적 동작은 마치 스페인의 플라멩코처럼 관객을 매혹한다. 발란신은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 전곡에 맞춰 열정적 사랑에 담긴 뜨거운 들숨과 날숨을 연신 토해낸다.

3막은 ‘다이아몬드’를 주제로,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 D장조>를 빌려 러시아 고전발레의 클래식한 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대는 흑과 백이 교차되는 테두리의 형태이며 뒤로 대형 액자가 중앙에 걸려있다. 액자 속에서 빛나는 별무리의 움직임은 작품 속 군무의 움직임과 맞물린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폴로네즈 군무는 제정러시아 시대의 화려한 황실무도회를 연상시킨다. 러시아 고전발레의 영광스런 날들에 대한 오마주랄까?

인간은 별의 먼지다. 우리의 몸은 별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어 사라져도 별의 일부가 된다. 별의 먼지가 지구의 열기 속에서 빚어진 것이 보석이다. 발레의 모든 동작도 불의 자궁 속에서 잉태된 보석처럼, 오랜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작품 속 음악과 발레동작은 1930년대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속 인물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기법인 미키마우징을 연상시킬 만큼 정교하게 맞아떨어진다. 눈과 귀가 이렇게 시원해지는 작품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