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카드리뷰

김묘선의 <인연>

                        

김묘선 춤꾼의 인연의 중심은 스승 이매방 명인이다. 이매방 춤의 맥을 잇는 승무-명무 이수자와 패기에 찬 사물놀이패로 만난 이광수 명인과의 인연-이매방류 살풀이춤에 매료되었던 남편과의 인연-남편의 부재에서 곁을 지켜주었던 송재영 명인과의 우정-이매방류 한량춤을 추는 남성제자들과의 인연-이매방 명인에게 첫 인정을 받았던 김묘선류 소고춤 등으로 무대를 꾸렸다. 한 예술인의 인연을 따라 삶의 궤적과 전승자로서의 고민과 성장을 한 무대에서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좋은 기획을 한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의 공이 크다.

승무(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김묘선의 승무는 한 편의 댄스뮤지컬처럼 구성되었다. 인생의 업을 표현하는 염불 독무→먹과 흰 장삼을 입고 업을 풀어내기 위해 도드리장단에 맞춰 추는 남녀 이중무→굳은 의지로 세상과 단절하려는 남성 독무는 느린타령에서 잦은타령으로 번뇌의 수행과정을 표현→수행을 겪고 해탈을 한 후 세상과 소통하는 경지를 ‘대풍류굿거리’에 맞춘 군무로 절도 있게 표현하였다. 김묘선은 춤꾼이자 탁월한 연출자이다.

이광수의 비나리 이광수 명인과의 인연은 이매방 선생 이수자와 사물놀이를 창단한 패기에 찬 연주자로 함께 연습하고 공연하며 어언 40여 년간 지속되었다.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예술계의 명인들로 우뚝 서서 그 날들을 회상하니 아름다웠다. 꽹과리와 한 몸처럼 느껴지는 이광수 명인의 비나리는 선이 굵고 남성적인 소리로 회심곡 구음으로 비나리를 부르더라도 절벽을 가르는 듯 장중하고 우렁찬 적벽가처럼 들린다. 앞으로도 이광수표 비나리를 그처럼 멋들어지게 부르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살풀이춤 김묘선에게 살풀이춤이란 남편과의 인연이다. 1995년 일본공연 후 살풀이춤에 반한 일본승려와 한국의 무용수는 결혼을 하며 엄청난 인생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번에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공연단과 함께 당시의 인연을 복기한 춤을 추었다. 이매방류 살풀이춤(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의 특징은 춤꾼들이 즉흥적으로 흥을 풀어내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므로 마치 재즈 같지만 목포권번의 춤을 기반으로 한다. 살풀이장단으로 시작해서 자진모리장단으로 치달으며 자기인생의 희로애락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관람자의 흥을 이끌어내므로 춤꾼과 관람객의 합일을 이루려고 한다. 이러니 반할 수밖에!

송재영의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 판소리는 혼자 하는 오페라이다. 김묘선 춤꾼의 소리동반자 송재영 명창은 이일주 명창의 제자답게 딕션은 정확했고 진심을 담은 감정 선을 소리에 담아서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고 공감하게 하는 자득(自得)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귀명창이 아닌들 어떠랴! 창과 아니리로만 관객들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우리 오페라가 참 효율적이로구나!

김묘선류 소고춤 1989년 김묘선 춤꾼이 창작한 최초의 창작물로 이매방 명인의 칭찬을 받았던 춤을 재연해 주었다. 김묘선류 소고춤은 풍물로서의 소고가 아닌 목포권번의 춤을 기본으로 하며 소삼대삼, 호흡이 분명하며 선이 굵고 시원하다. 호남시나위장단으로 시작하여 점점 빨라지면서 휘모리로 흥을 돋우어 신명을 이끌어 낸다. 화려한 의상이 신나는 음악과 함께 어울려 맴을 도니 색동과자처럼 맛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