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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프로젝트 Tan Tanta Dan의 〈Down the Rabbit Hole-정화된 밤〉

    

포스터에 두 개의 작품명과 임신한 여성의 실루엣이 이미 불안과 혼돈을 예감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2018년 최진한 안무가가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의 혼란과 혼돈, 환각에 대한 이야기로 창작된 작품에다가 2022년 리하르트 데멜의 시와 거기에 붙여진 아놀드 쇤베르크의 곡에서 모티베이션해서 재창작한 현대무용입니다. 그래서 두 개의 이름을 혼용해 쓰는 것 같습니다. 시와 음악을 빌려 극도로 불안했던 19세기 유럽의 세기말 분위기처럼 현대인들의 불안과 불안전한 내면을 표현합니다.

신비한 밤, 불륜을 저지른 여자는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심한 죄책감과 절망에 빠집니다. 낭만주의적인 의상을 입은 멋진 군중들 속에 있는 절망한 여인은 두렵고 불안해합니다. 각각 빛나는 개별적이나 비슷한 모습의 군중들은 불륜을 저지른 여인을 도덕과 종교의 이름으로 단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약혼녀 마리아가 요셉에게 고백했을 때도 외롭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합니다.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낭만적인 분위기와 로맨틱한 고전 의상, 서성이듯 걷는 우아한 사람들과 여자의 몸짓들에도 불구하고 시선 뒤에 감추어져 있는 망설임, 후회, 혼돈, 갈등, 아기에 대한 사랑과 아기에게 안정을 주고 싶은 어머니 마음 등 여러 감정의 요동들이 쇤베르크의 폭넓고 날카로운 음악에 맞춰 서정적으로 표현됩니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므로 말리는 사람들과 혹은 친구와도 다투며 여자를 지키려고 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대중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나 다시 홀로 되기를 거듭합니다. 최진환은 원곡에 없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들을 넣어 〈Overlook–Overwatch〉 이후 안무가의 고민을 이어갑니다. 집단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어디까지 존중받을 수 있을까?

비난하는 사람들도 사실 군중을 벗어나면 외롭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불륜을 저지른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의 사랑과 관용이 있어서 용서받고 구원을 얻게 됩니다. 신이 용서하고 받아주기 전에, 사람이 사람을 서로 이해하고 공동체에서 뉘우치는 개인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갈등과 반목의 매듭이 풀리고 성숙한 안정이 찾아오겠죠. ‘정화된 밤’은 더러운 것을 깨끗하게 하는 것을 넘어 비속에서 선함과 성스러움으로 향해가는 밤을 말합니다. 은빛 옷을 입은 한 사람이 관객의 맺힘을 풀어주기 위해 칼춤을 추고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