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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립무용단 명절기획공연 〈새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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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시작한 국립무용단의 〈새날〉 시리즈는 설 연휴기간에 국민들이 국립극장을 찾아 나들이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통춤 레퍼토리를 구성하여 보여주는 명절맞이 기획공연으로, 2023년 계묘년 〈새날〉 역시 6개의 소품과 피날레 타악 작품 등 7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기획공연 〈새날〉이 매년 같은 패턴으로 기획된다지만 국가무용단이라면 기존에 제작된 작품들의 단품들을 나열하는 병렬식 공연보다는 계묘년에 걸맞은 주제공연이나 ‘벽사진경(辟邪進慶)’ 창작 기원무 기획공연을 해도 의미 있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새해 첫 공연이었다.

강선영류 태평무로 왕과 왕비가 나라의 풍년을 축원하는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궁중무용이라는 가정 하에서 그야말로 팔 하나 드는 것과 섬세한 발디딤을 떼어 놓는 것조차 품격 있고 유유하게 추는 춤이다. 그래서 그런지 풍물놀이가 잘 어울리는 하늘극장의 원형무대와 태평무는 조화롭지 않았다.

호적시나위는 호적(태평소)이 주선율을 이루는 사물연주를 뜻하는 것으로 남성군무지만 연주음악이 주가 되어 남성무용수들은 별다른 도구 없이 손, 발, 몸짓만으로 살랑살랑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패랭이 모자에 풍물의상을 입어 풍물패처럼 보이지만 터프하거나 선이 굵은 남성적인 풍물패가 아닌 섬세하고 예민한 춤사위가 돋보였다. 군무가 아름답기는 했으나 〈새날〉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품>(안무 배정혜, 재구성 윤성철)은 왕을 받들고 나랏일을 맡아 정세를 바로 잡는 대신들의 춤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아박(동물뼈로 만든 무용도구의 일종)’을 사용하면서 절도 있고 박력 있는 안무는 청각과 시각을 자극하면서 마치 무사들의 춤처럼 시원시원했다. 호쾌한 움직임과 드라마틱한 연출이 전통 남성군무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두 여성무용수가 등장해서 구음에 맞춰 홀춤과 겹춤을 춘다. 진주검무를 변형해서 화려한 의상과 현란한 검무를 보여주기도 하고, 마치 궁중정재처럼 한삼을 사용해서 우아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섹시하고 매혹적으로 맨손사위를 보여주기도 하는 등 한 무대에서 다양한 춤을 보는 듯 다채롭다. 살아있는 인형을 보는 듯 예쁘고 아름답지만 역시 〈새날〉이라는 주제에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새날〉이라는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공연이었다. 꼭두쇠인 듯한 남성이 등장해서 관객들에게 축원덕담 비나리를 시작하고 그 뒤를 이어 여성무용수들이 사물놀이와 태평소 가락에 맞춰서 소고소리 같지 않은 힘찬 소고 북 연주와 절도 있는 동작으로 활기찬 새해를 열어주었다. 하늘극장의 원형무대 전체를 다 사용한 안무도 흥겹고 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