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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열린 2023년 첫 공연 〈다페르튜토 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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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쿼드극장은 서울문화재단이 ‘창작초연 중심 1차 제작•유통극장’을 표방하며 개관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10편의 초연되는 창작작품들과 시즌형 페스티벌이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다페르튜토 쿼드>는 2023년 쿼드극장의 첫 번째 작품으로 ‘적극’ 연출의 신작입니다. 물•불•흙•공기 4원소 중에서 특히 그들의 물성과 움직임에 대한 예술가의 해석을 다양하게 제작된 오브제들과 움직임을 통해서 낯선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1막-불(1장 불꽃놀이)/ 인간은 불을 만들고, 전기도 만들었습니다. 신화에 프로메테우스는 신과 인간의 경계에 있는 인물로 원형의 DNA를 가진 단세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더 잘 만들고 싶어서 불로 단세포의 원형 DNA를 끊어서 인간과 같은 선형 DNA를 만들었습니다. 다세포를 만든 것입니다. ‘적극’ 연출은 1막 ‘불’ 원소에서 신과 인간의 과학실험을 상상하고 구현해 냅니다.

1막-불(2장 다세포의 기원)/ 다세포들, 그리고 다세포가 된 인간은 배와 등에는 긴 더듬이가 있습니다. 배와 등에 긴 더듬이가 있는 퍼포머들은 배와 등을 움직이고 출렁일 때마다 긴 더듬이들이 수초처럼 따라서 움직입니다. 마치 우주에 사는 외계인 같아 보이기도 하고, 더듬이나 털이 많이 난 곤충 같기도 합니다. 퍼포머들이 배와 등을 출렁일 때마다 긴 더듬이들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벌레들의 쾌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외계인같이 인공적이고 낯선 모습이지만 벌레처럼 자연친화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니 이율배반적인 퍼포먼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2막-물/ 2막은 ‘물’의 물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현장 디제잉을 통해 소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물’은 가만히 있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물체 위에서 뒤집어 씌워져 있기도 하고, 죽음을 덮고 있기도 합니다. <다페르튜토 쿼드>는 퍼포머들이 움직이면서 추상적인 부분과 구상적인 부분들을 스스로 깨닫고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자율성을 줍니다. 그러나 퍼포머들의 움직임에 권한을 많이 줄수록 퍼포머들은 공간과 조명을 많이 차지하므로 권력의 우위에 있게 되고, 그들의 움직임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관객들은 권력이 추락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3막-흙 (2장 톨스토이의 미로)/ 톨스토이의 지속적인 관심인 ‘사적 소유’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은 하인과 썰매를 버리고 말을 타고 떠나갔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미로처럼 하인 곁을 맴돌다가 죽고 하인은 썰매 안에서 살아남아 20년을 더 삽니다. 하인의 발과 썰매를 대형 오브제를 사용해서 퍼포먼스보다 오브제에 집중하게 합니다.

3막-흙(2장 톨스토이의 미로)/ 눈 속에 버려진 하인은 거대한 발과 거대한 썰매 오브제에 앉아서 움직이려고 하나 잘 움직일 수 없어서 미로를 도는 것처럼 제자리를 돌고 있습니다. 2막이 소리에 집중하게 했다면 3막은 스토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너무 길고, 스토리에 따른 텍스트가 영상에 너무 많이 담겨서 퍼포머들이 영상에 담긴 내용들을 따라하느라 마치 퍼포먼스가 영상에 의존적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퍼포먼스 중심의 1차 창작물들의 대담성과 실험정신은 존중받아야 하고,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서울문화재단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