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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을 위한 발레 읽어주기: 2023년 축제 기획공연 ‘발레오디세이’에 시민들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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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2023년 제13회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시민들로부터 관심을 끌고 호응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보여주기 식 공연의 나열이 아닌 시민들을 배려한 다양한 기획프로그램들 덕분이었다. 특히 기획공연 발레오디세이는 16세기 궁정발레로 시작해서 낭만발레-고전발레-신고전발레-현대 컨템포러리 창작발레까지 발레의 시대별 흐름을 문훈숙(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의 설명과 함께 그 설명에 부합하는 7개 작품의 갈라공연·시대별 영상이 함께 펼쳐져서 발레에 대한 낭만적인 시간여행과 함께 시민들에게 발레에 대한 이해도와 친근감을 높인 프로그램이었다.

<라 실피드 파드되>_ 유니버설발레단 주니어컴퍼니: 필리포 탈리오니의 안무로 1832년에 초연된 작품으로 낭만발레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낭만주의 발레답게 숲이나 연못가에 사는 요정 실피드가 자신을 따라온 농부 제임스에게 다른 요정들을 소개하는 2막 2인무 장면만 갈라로 보여주었다. 초기 낭만주의 작품답게 신화적인 환상과 신비로운 내용에 중력을 거스르는 가벼운 포인트 기법, 로맨틱 튀튀 등을 통해 주니어들이 공기와 물 위를 떠다니는 요정처럼 보였다. 마침 엄마를 따라온 어린 시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파 드 카트르>_ 서울예술고등학교: 낭만발레 발레리나가 오늘날의 K-POP 스타처럼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던 1845년 시기, 당대 최고의 발레리나 4명을 한 무대에 세우기 위해 창작한 작품으로 낭만발레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당시 최고의 발레리나였던 카를로타 그리시, 마리 탈리오니, 루실 그란, 파니 체리토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발전했던 낭만주의 시대 발레 특징에 대한 문훈숙 단장의 설명과 함께 서울예고 학생들의 갈라공연이 낭만주의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좋은 축제란 시민들이 평소 꾸준한 연마와 연습의 결과를 축제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발레주니어들에게 무대를 제공한 발레축제와 발레오디세이는 성공한 좋은 기획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빈사의 백조>_ 발레리나 최지원과 피아노, 첼로협연: 죽어가는 백조의 모습을 그린 내용으로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인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미하일 포킨이 만든 1907년 작품이다. 사실 빈사의 백조는 매우 어려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최지원은 내적 성숙미와 절제된 표현력으로 죽어가는 백조의 우아한 모습을 잘 연기했다. 비록 10분간의 짧은 공연이었지만 라이브 연주와 함께 삶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죽음을 받아들이는 처절한 숭고미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엣지 오브 앵글>_ Ballet Creative팀: 이번 발레축제의 성공요인 중 하나는 시민들 대상 갈라프로그램 중 하나인 발레오디세이에서 조차 한 작품, 한 작품 모두 성의 있게 제작되었고,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엣지 오브 앵글>은 공간디자인을 통해 영상과 발레의 동작들이 모두 잘 어울렸고, 기존의 규범적 발레를 디지털과 상호적·공간적으로 확장시켜서 새로운 발레미학을 보여주었다. 매우 세련된 공간디자인이 신체의 움직임을 위해 디자인되어 초단위로 움직이는 영상연출과 발레의 융합이 또 다른 창작발레의 새로운 영역개척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

<미리내길>_ 유니버설발레단: 미리내길은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발레 <코리아 이모션>에서 발췌한 작품으로 서양발레를 한국무용처럼 연출하고 안무한 작품이다. 한국인이라면 즉시적으로 알아채는 서양식에 덧입혀진 어색한 한국식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적인 정서와 춤사위가 지평권 작곡가의 음악과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서정적인 한국발레가 되었다. 서양 작품에서 느낄 수 없는 한국적 정서를 발레로 표현할 수 있다니 한국발레의 영토 확장이 기대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