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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의 새로운 류(流)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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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연희예술이었던 남사당은 임진왜란 이후 민간연희·종교연희·마을 굿 등으로 확장되었다가 모순적이게도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야생성이 축소되고 박제화 된 감이 없지 않다. 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정성숙) 예술단은 정체된 전통연희 남사당놀이를 공연화하는 작업을 하였다. 드라마를 위해 바우덕이 김암덕의 삶을 스토리텔링화하고 남사당의 6가지 주요 종목을 적절히 넣어 대사 없이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넌버벌 연희공연을 탄생시켰다. 과연 <암덕: 류의 기원>은 새로운 류(流)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여성 영웅의 서사: 자아성취_ 춤을 잘 추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김남덕은 남사당패에 들어간다는 것으로 서사가 시작된다. 아버지를 찾아 길을 떠나거나, 고귀한 혈통이 갖은 시련을 겪다가 투쟁을 통해 고귀한 신분을 찾는 등의 남성 영웅신화와 달리 순결·효·충 등 사회적 가치를 체현하거나(바리공주, 자청비), 가부장 사회에서 자아성취를 이루거나(신사임당), 집단과 국가의 고난을 해결(잔다르크, 김만덕)하는 지모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바우덕이 김암덕은 줄타기 등 6종목에서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여성 최초로 꼭두쇠가 되었으므로 전통 가부장시대 자아성취의 아이콘으로 부각시켰다.

여성 영웅의 서사: 위대한 어머니 여신_ 우리와 가까운 시대의 신화, 바우덕이는 충·효·열 등 종교나 남성의 권능 아래 재편된 가부장적 여성보다는 환난과 배고픔을 해결해 주는 대지의 어머니 여신이자 개인이 아닌 집단을 구하려 민중을 이끄는 잔다르크 리더십에 가깝게 묘사된다. 예술단은 영리하게도 묘기를 보일 때는 연희단을 활용하고, 서사를 표현하거나 연기가 필요할 때는 무용단을 활용하고 있다.

여성 영웅의 서사: 가부장제에서도 강요되지 않은 순결의식_ 가부장시대에 최초의 여성 꼭두쇠로 남사당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신화가 공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젠더적 관점의 설득이 더 필요해 보인다. 서사가 사실일 필요는 없지만 마치 남사당패에서 순결한 소녀로서 존재하거나, 남장이나 자결하지 않고 단지 재주로만 남사당패를 이끌었다는 것만으로는 공감력이 떨어진다. 순결을 강요하지 않던 남사당패를 소재로 해서 덜 불편했지만 서사가 완성도 있고, 세계인들에게 공감받기 위해서는 클라이맥스의 갈등이 더 치열해야 할 것 같다.

몇 가지 참신한 시도: 남사당 매칭밴드_ 남사당패들이 연희를 할 때 고깔을 쓴다든지, 무동을 할 때 꽃모양을 만드는 것은 절에서 영산재나 기타 의식을 거행할 때 쓰던 복장일 테지만 기본적으로 남사당패의 복장은 전통 구군복과 유사하며 악대를 쇠꾼, 치배, 군총, 취군 등으로 부르고, 취군가락, 군영놀이 등 전통적인 군사용어들도 제법 등장한다. 집단을 효율적으로 통솔하고 격식 있고 집중력 강한 공연을 위한 수단이었겠지만 전통 남사당의 복장과 북과 장구를 사용한 매칭밴드 형식의 연주와 안무는 남사당의 군사의식적 특성을 살리면서, 고전적이면서 현대화된 공연에 대한 관람쾌감을 선사한다.

몇 가지 참신한 시도: 단순·극대화된 연희의 미학성_ 국립정동극장예술단은 전통연희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를 목표로 전통연희의 특성과 고유성을 잘 파악해서 줄거리와 에피소드보다는 “압축적이고 시 같은 서사 구성”에 노력했으며 안무는 안무전문가(이현 아트그룹 대표), 연출(김새롬 연극연출가), 비주얼감독(김종석 연극연출가) 등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해서 단순하지만 극대화된 연희의 미학성을 발굴하고 도출해 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공연을 통해 대중과 세계인들이 공감할 인류의 보편타당한 가치와 철학을 제시하고 있기에는 부족하지만 <암덕: 류의 기원>은 연극처럼 묵히고 축적되어 전통연희의 한 류(流)로서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