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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imeets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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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젊은 세대가 처한 냉혹한 현실, 이들은 ‘낭만’을 말하고 즐길 여유가 있을까? 등급이 매겨진 대학, 안정된 일자리, 한 칸의 집 자리를 두고 살벌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그들이 이해하는 낭만은 무엇인가? 세 명의 안무가는 각자의 시각으로 낭만의 마디를 이어간다. 각 마디가 펼치는 절망하는 세대, 무리의 감성과 어조는 제각각이지만 하나의 논리로 수렴한다. 집단의 결집과 단일한 방향의 추구로. 결국 낭만은 일원주의의 상투성으로 빠져든다.

#2 첫 마디-1 〈MORASS 수렁에 빠진 난, 그럼에도-내딛다〉 원형의 늪, 종이 뭉치 울타리 안에서 꿈틀거리는 사람들. 숨막히는 세상에서 헐떡이며 누워 있다가 일어나는 몸의 움직임은 절박하다. 시대가 설정한 제약의 공간을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다 그 경계를 끌어안음으로써 무력화한다. 늪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3 첫 마디-2 검은 털 가면을 뒤집어쓴 한 명의 남자가 세대의 절규 한가운데 서 있다. 이들의 깨어나는 자아인가. 그는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이들이 제약인 종이 뭉치를 해체해서 안고 누워 있을 때 가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다. 세상을 직시하고 대결해 나갈 준비가 됐다는 표현일까. 이 세대에게 낭만은 극복의 다른 말, 다른 몸짓이다. 살벌한 현실의 반대말이다.

#4 둘째 마디-1 〈그거〉 마네킹 무더기가 무대에 달려있다. 삶의 전투에서 희생된 자들의 잔해. 스타킹 두건을 얼굴에 쓴 9명의 무용수, 냄새를 맡으려고 킁킁댄다. 딸꾹질 소리, 가쁜 호흡 들숨과 날숨이 교차한다. 감각의 제약이 이들을 세상에 도전하게 한다. 가려진 자신의 얼굴을 찾으려 한다.

#5 둘째 마디-2 ‘어디?, 여기, 찾았어, 다시’ 목소리와 언어, 함성과 달리기. 어딘가를 향해 뛰쳐나가는 몸짓이다. 이들은 방향이 있는 음성과 몸놀림의 결합으로 낭만의 다른 이름, 절박한 모색을 표현한다. 그들이 두건을 벗어 던지고 합심, 합체해서 그려나가는 얼굴은 힘이 있고 진지하다.

#6 세째 마디 〈동화〉 휘파람 소리로 시작해 사각형 푸른 잔디 카펫 위, 색소폰 반주의 나른한 재즈 음악에 맞춰, 젊은 그들은 움직인다. 편안한 자세로, 마치 요가를 하듯이. 같이 손잡고, 기대고, 기어서, 한 방향을 향한다. 부드러운 결집, 물속을 유영하는 지느러미처럼. 앞의 두 마디와 마찬가지로 일관성의 신화, 하나 중심의 전개를 되풀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