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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 자신을 말하는 네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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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초연한 작품의 앙코르 공연인가, 아니면 안무자의 교수 정년을 마무리하는 기념공연인가? 유튜브 영상과 매체의 작품 비평을 보니 2년 전의 구성과 형식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무용의 본질과 존재 의미에 대한 문제의식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유효하다. 안무자가 춤춘 시간이 6만 8천 시간에서 7만 3천 시간으로 늘어나는 동안 작품에서 더 새로워진 것은 무엇일까?

다섯 개의 의자를 무대에 놓고 무용 공연을 이루는 요소들을 설명하는 4명의 무용수. 준비-퍼스트 스텝-1번 포지션-호흡-발란스-속도–암전-점프–절정. 무용수들은 각자 무대의 첫 경험, 춤추기에 임하는 마음 자세, 설레는 감정의 파고, 자신이 중요시하는 무용의 요소에 관해 말한다. 그러나 정작 춤이라는 사건이 왜, 어떻게 발생하고 지속되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은 없다. 무대 위, 한 개의 의자는 끝까지 비어있다.

나른한 라운지 음악이 흐르고 금속제 화분, 의자, 테이블, 창틀 소품이 무대에 널려 있다. 반바지 달리기 복장의 남자, 와이셔츠를 입은 회사원, 탱크 탑을 입은 여성, 원피스 차림의 여성 등 5명의 무용수가 가운데 회전하는 원형 무대 위에서 유영한다. 이어폰을 낀 이들은 길거리 춤의 동작을 몸으로 구현하며 일상을 표현한다. 객석에는 자동차의 엔진소리, 거리의 소음이 들리지만 자기만의 사운드스케이프에 갇힌 무용수들은 무심하게 일상을 헤맨다.

모션 캡처한 무용수의 움직임을 AI가 학습하고 동작 패턴을 만들어낸다. 8명의 무용수는 AI의 안무에 따라 테크노 음악에 맞춰 부품 같은 몸짓으로 춤을 춘다. 그들의 몸에서 리듬이 가미된 기계 작동 소리가 난다. 유닛, 모듈로 조합된 무용수의 움직임은 인간 안무가가 만들어낸 몸의 흐름만큼 자연스럽다. 돌고, 휘젓고, 내차고, 뛰고, 벌리고, 걷고, 끄덕이고, 꼬고, 방향을 틀고, 숙이고, 뒤틀고, 떨고, 밀치고, 튀어 오른다, AI는 우리를 따라할 뿐이다.

슬럼프에 빠진 46세의 무용수는 수피교도의 무한회전 춤을 추며 무아지경에 이르고, 물속 숨 참기로 무념무상의 상태에 도달한다. 신체의 자기 한계 도전을 통해 생각을 끊고 ‘현재의 순간에 머무는 집중(Concentration means being in a moment)’. 움직임의 숙명, 본질을 가진 춤이 거기서 찾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스크린에 비친 파도의 율동 속에 무용수의 몸은 하얀 거품처럼 퍼지면서 흐느낀다.

“나를 위한 마지막 잔치처럼 춤을 추고 싶었다”고 안무가는 밝힌다. 그는 심포지엄의 형식을 빌려, 그의 제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춤에 관해 말하게 한다. 不狂不到,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 65세 안무가의 자기반성적 회고는 우리 무용계에 어떤 자극을 주었을까. 정년 이후,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안무가가 어떤 새로운 향연을 열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