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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동춘몽은 정민근이 ‘조선의 마지막 무동’ 김천흥의 삶을 모티브로 창작한 ‘어느 무동의 이야기’와 ‘춘앵전’ 그리고 거문고 한 대와 구음만으로 반주한 김준영의 ‘처용무’를 바탕으로 파릇한 봄날의 꿈을 그린 춤이었다. 궁중 무동으로 자라난 춤꾼이 엄격한 궁중무용을 벗어나 민간의 장단과 춤이 어우러진 신명을 담아냈다. 인간 본연의 몸짓으로 회귀하며 춤추는 아이의 순수함과 넘치는 에너지를 거문고 선율과 현란한 몸짓으로 보여준다. 한 그루 나무에 나이테가 쌓이듯 소년 예술인이 다양한 악가무를 쌓아 청년 예술인으로 자라나서 성숙한 예인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표현하였다.

‘첫먹승춤’은 1870년대 전라도 소리꾼 손현과 항해도 탈꾼 리익성이 만나 황해도 탈춤을 가극적 형식으로 확장한 민담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지금, 여기’에서 만난 탈춤꾼 박인수와 타악기연주자 김소라는 150여 년 전의 리익성과 손현처럼 황해도 탈춤의 새로운 탄생을 담아냈다. 김소라는 정읍 우도농악 가락을 탈춤 장단으로 변주하였으며 박인수는 황해도 탈춤의 제례성과 목중의 춤사위를 바탕으로 새로운 먹승춤을 창안한 것이다. 하나의 장단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오채질굿장단에 맞추어 춤꾼과 고수의 입장에서 선보인 새로운 구성과 연행방식이 돋보였다.

‘정재 타령춤’은 기존 정재가 가진 형식미와 율동미를 확장하여 오늘날의 정재로 재창작한 작품이었다. 김현우는 정재 ‘무산향’과 ‘첩승무’를 구성하여 춤추고 김보미는 타령의 선율 안에서 춤을 위한 장단감이 느껴지도록 운궁법을 변화시켜 연주하였다. 악사와 무용수는 직접 작사한 창사를 주고받는 즉흥 속에 해금의 음률과 춤의 발디딤과 한삼사위 등 특정한 요소를 강조한 정재의 현대적 감성을 드러냈다. 섬세함 속에 기품 있는 동작과 유연한 소리를 통하여 궁중무용과 정악의 아름다움이 깊숙하게 전해진 춤이었다.

‘군웅신무’는 윤종현과 이민형이 경기지역의 장단과 소리, 그리고 춤사위를 연구하여 개발한 작품이다. 경기지역의 특성을 함축적이면서 유려하게 담아내었다. 이 작품은 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특징으로 ‘야질자질’한 음율과 몸짓을 섬세하게 표현한 내용이 돋보였다. 작품의 구조는 군웅신을 모신 후 그들의 위엄을 보이고 힘을 빌려 액을 막는 경기 도당굿의 ‘군웅거리’를 차용하여 구성하였다. ‘군웅신무’에서는 ‘군웅청배’, ‘방수밟이’, ‘활놀음’, ‘군웅노정기’라는 4개의 장면을 구성하여 보여줌으로써 경기지역의 전통적인 소리와 춤사위는 물론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관통한 의식이 분명한 작품이었다.

‘나르디’는 동래 권번의 마지막 예기였던 유금선 명창의 구음에 등장하는 노랫말이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처지”의 권번 예인을 비유한 표현이다. 배민지와 정선겸은 작품 배경을 동래 권번의 방 안으로 설정하였다. 악사의 도포 자락 너머로 들려오는 구슬픈 음에 취해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예기의 모습을 그려나간 서사의 맛이 질펀하였다. 음률은 동래 권번 중심으로 전승되던 유금선 명창의 ‘온천재건가’를 참조하였으며 춤사위는 ‘동래학춤’, ‘동래입춤’, ‘장구춤’ 등 영남 민속춤에서 발췌한 동래 권번 예인들의 삶을 재조명한 춤이었다.

‘춤, 만파식적’은 김동근의 ‘퉁소 산조’와 박기량이 지향하는 무속 춤의 제사나 의례의 형식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이었다. ‘만파식적’은 전설에 등장하는 대나무 악기로 자연이 품은 다양한 생명의 숨결을 표현하며 다스리는 신화성을 품고 있다. 김동근과 박기량은 대나무 숲이라는 자연공간에서 바람, 안개, 물, 태양이 되어 연주하며 춤추었다. 이들에게 시간은 여명에서 일몰까지의 흐름으로 작품은 삶의 희노애락의 서사를 자연스럽게 관통하였다. 작품 내용을 한 가닥씩 짚어 보는 구조의 특성이 돋보인 춤과 음악의 아름다운 조화가 깊숙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