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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 볼거리 가득한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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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에서만 올해로 십이 년째, 그 이전 1981년부터 30년간 250만 명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은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 장르 마당놀이. 그 놀라운 생명력과 대중적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2025년 새해 둘째 날, 원형의 객석을 가득 메운 중장년, 가족 단위의 관객을 보면서 떠오른 의문이다.

새해 복을 비는 고사 상차림으로 시작한 공연. 줄잡아 스무 명 이상의 관객들이 무대로 나아가 돼지머리에 지폐를 꽂고 절을 한다.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서구의 전통극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이어 사물놀이패가 들어와 한껏 흥을 돋운다. 오늘 이 판에서 한번 제대로 신명 나게 놀아보자는 마음이 절로 든다.

마당놀이 ‘모듬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의 줄거리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춘향과 몽룡의 감질나는 사랑으로 시작해, 어린 딸 청이의 젖동냥 나선 심봉사, 배고픈 흥부와 13명의 자식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한국인이라면 너무 잘 아는 줄거리들이지만 절묘하게 끊고 들어오는 이야기의 연결, 플롯의 자유자재함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줄거리 못지않은 흥밋거리는 출연자들의 입담과 캐릭터다. 간판스타인 윤문식(심봉사), 김종영(놀보), 김성녀(뺑덕)을 비롯해 월매와 방자의 슬랩스틱 연기, 변학도의 만담이 눈길을 끌었다. 표정과 몸짓의 과장과 반복, 대사의 익살이, 뻔한 내용의 줄거리 전개에 통통 튀는 재미를 더한다.

익숙한 장면의 재해석과 재창조, 현대와의 동기화가 이야기 전개를 구태의연함에서 구해낸다. 배고픈 흥보 자식들의 랩송, 박씨 물고 온 강남 제비들의 분장·의상·군무가 새롭다. 신임 사또 변학도의 코믹 판 기생점고 장면은 LGBT, 남자, 경로우대 노인, 저출산 특례 임신부 등을 기생으로 등장시켜 현 사회의 다양한 면을 반영하고 풍자하는 재미를 준다.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와 관객이 어우러진 춤마당이 열린다. 마당은 집의 부속 공간이다. 놀이마당을 벌이고 키워 온 ‘큰집’ 국립극장은 제 역할을 잘 해냈고, 그 기여한 바를 높이 사줄 만하다. 대중적 볼거리와 놀거리를 결합시켜 참여형, 몰입형 스펙터클을 창조해 낸 한국 문화의 저력을 확인하는 공연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비평지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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