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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설 명절 기획공연 ‘2025 축제 祝·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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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지난해 갑진년(甲辰年)을 보내고 을사년(乙巳年), 푸른 뱀의 해를 맞았다. 어수선한 시국으로 올해의 설은 그 어느 해보다 더 의미심장하다. 국립무용단은 전통춤의 본령을 지키면서도 동시대의 관객이 감동할 수 있는 설 명절 기획공연 ‘2025 축제 祝·祭’로 새해를 열었다. ‘축’(祝)이란 잔치의 의미요, ‘제(祭)’란 작게는 개인과 가정의 행복, 크게는 국가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미이다. 이에 국립무용단은 ‘축’(祝)과 ‘제’(祭)의 마음을 담아 1장 구나(驅儺)를 시작으로, 2장 연향(宴饗), 3장 국중대회(國中大會)로 마무리하여, 꿈틀대는 생동감과 잔잔한 감정의 출렁임까지 담은 희원(希願)의 전통춤으로 을사년(乙巳年)을 시작하였다.

벽사진경: ‘구나(驅儺)’란 고려ㆍ조선시대에, 한 해의 마지막 날 궁중에서 묵은해의 역귀(疫鬼)를 쫓던 의식이다. 작품 〈벽사진경(辟邪進慶)〉은 의미도 구나(驅儺)와 같이 사귀(邪鬼)를 쫓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한다는 뜻이다. 정길만 외 9명의 남성 무용수가 무대에 올라 남성 춤의 담백함에 강인한 멋을 더한 역동적인 춤으로 지난해의 모든 근심과 잡귀를 물리치는 〈벽사진경〉의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이 작품은 궁중의식인 구나(驅儺)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새해를 맞이하여 지난해의 모든 근심과 해묵은 것을 덜어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자 하는 김종덕 예술감독의 안무 의도가 춤사위 곳곳에 배어난 역동적인 무대였다.

춘앵전: “봄날 꾀꼬리가 지저귄다”는 의미인 〈춘앵전(春鶯囀)〉은 〈춘앵무(春鶯舞)〉, 〈춘앵전무(春鶯囀舞)〉라고도 부른다. 조선조 순조 때 효명세자(孝明世子)가 어머니 순원왕후(純元王后)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연향에서 창작하여 선보인 궁중정재로서 원래는 돗자리 위에서 혼자 추는 독무이다. 〈춘앵전〉은 효를 실천하고 왕실의 번영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춤으로 자연의 조화와 우아함을 상징하는 절제미가 돋보이며, 무용수의 높은 기량과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독무이다. 2장 연향(宴饗)의 <춘앵전>은 인남순이 재안무하여 윤성철, 김현주 두 명의 무용수가 마주 보고 추는 대향(對向) 구도로 춤을 추어 춤의 절제미를 유지하면서도 연례의 절정에 다다른 흥취를 보여주었다.

처용무: 〈처용무(處容舞)〉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전통춤으로 신라 시대 처용이 역신 앞에서 춤을 춰 액운을 물리쳤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궁중정재이다. 〈처용무〉는 오방(五方)을 상징하는 흰색·파란색·검은색·붉은색·노란색 옷을 입은 다섯 명이 장엄하고 호방한 춤사위로 귀신을 쫓고 부귀를 불러온다 해서 나쁜 기운을 쫓고 복을 기원하는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오방처용무(五方處容舞)〉라 불리기도 한다. 2장 연향의 〈처용무〉는 5인무이나 인남순이 재안무하여 정길만 외 9명의 남녀 무용수를 무대에 올려 장중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음양의 조화를 선보여 궁중정재의 장엄함과 화려함을 더하였다.

평채소고춤: 〈평채소고춤〉은 국립무용단 단원이자 훈련장인 정관영의 창작 소고춤이자 국립무용단의 레퍼토리 작품이다. 〈평채소고춤〉은 발디딤을 평면으로 떨어지는 호흡을 응용한 춤사위가 힘 있는 동작과 소고의 겹 가락을 통해 신명 나는 조화를 이루는 소고춤이다. 조명이 켜지자 작품을 안무한 정관영이 혼자 무대로 나와 관객에게 덕담을 건네며 〈평채소고춤〉의 서두를 열었다. 비록 혼자였지만 무대를 꽉 채우는듯한 예인의 존재감을 보였다. 이어서 노란 옷에 파란 허리띠를 두른 9명의 여성 무용수가 흥겨운 사물놀이와 태평소의 가락에 맞춰 현란하고 신명 나는 춤을 선보이면서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 관객과 함께 소통하고 즐기면서도 객석을 압도하는 역동적인 공연을 펼쳐 보였다.

무고: 〈무고(舞鼓)〉는 원래 고려조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전해 내려온 향악정재로, 무용수들이 마룻바닥에 설치한 북을 치면서 추는 춤을 말한다. 3장 국중대회를 마무리하는 작품 〈무고〉는 국립무용단의 정관영이 새롭게 안무하여 선보이는 북춤이었다. 사물놀이 연주단과 어우러져 9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오케스트라 피트를 타고 올라와 각각 3개의 북으로, 9명의 남성 무용수들은 무대의 덧마루 상단에 각각 5개의 북으로 빠른 리듬의 장단을 역동적으로 표현하였다. ‘땅의 소리’를 담았다고 일컬어지는 북의 울림을 통해 흥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며 희원(希願)을 담은 을사년(乙巳年) 명절맞이 춤 잔치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관객들에게 삶의 동력을 한껏 충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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