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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공독무 서울교방 6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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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21일부터 22일(토)까지 김경란 예술감독이 이끄는 서울교방과 서울남산국악당이 공동 기획한 ‘독공독무(獨功獨舞) 서울교방 6인전’이 서울남산국악당 무대에 올려졌다. 독공(獨功)이란 춤의 예계(藝界)에 도달하기 위한 춤꾼의 부단한 홀로의 노력일 것이다. 본 공연은 ‘근대 시기 춤의 수련터 권번의 온습회를 오늘날의 전통춤 공연으로 되살린다’라는 부제를 포스터에서 명시하여 권번 춤을 고제(古制)로 하여 전통춤을 오늘의 춤으로 되살리고자 하는 최해리 제작감독의 공연 기획 의도를 분명히 하였고, 치열하게 자기 연마를 거듭해 온 여섯 춤꾼 노문선, 서진주, 진현실, 김미애, 최주연, 김미선 6명의 춤꾼의 빛나는 홀춤 무대였다.

‘독공독무 서울교방 6인전’의 사회는 판소리 배일동 명창이 맡았다. 판소리 명창이 춤 공연의 사회를 맡은 것은 생소하기는 하다. 그러나 배일동 명창이 『독공-홀로 닦아 궁극에 이르다』라는 저서를 펴낸 적이 있어 본 공연의 제목 ‘독공독무’와 무관하지 않으며 명무가 되기 위해서는 판소리 명창으로 성장하기까지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배명창을 사회자로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배명창이 어느 신문에 기고한 칼럼에 “청출어람, 스승에게 배우고 나서는 곧바로 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라고 했던 마음과 본 공연의 기획 의도와 딱 떨어진다. 배명창은 이번 무대에 선 춤꾼들의 각오를 판소리로 풀어내어 사회자라기보다는 창극의 도창(導唱)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 내었다.

공연의 막은 춤꾼 노문선이 장금도제 김경란류 〈민살풀이춤〉으로 열었다. 김경란류 〈민살풀이춤〉은 장금도 명인의 춤사위에서 보이는 섬세함과 깊이를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김경란 명인 특유의 우아함과 절제미가 더해져 더욱 완성도 높은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문선은 스승의 춤을 자신의 춤으로 해석하여 무대 위에 단아하게 풀어 놓았다. 김경란류 〈구음검무〉는 김경란 선생이 구음에 맞춰 자유롭게 추는 검무로 재창조하였다. 서진주는 가곡 소리꾼 김보라의 애절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구음에 맞춰 절제된 동작과 매혹적인 맨손 사위, 그리고 현란한 검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자신만의 특색을 살려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김경란류 〈승무〉는 전통 승무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김경란 명무의 섬세하고 절제된 춤사위와 여기에 깊이 있는 감정 표현이 돋보이는 춤으로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표현을 더 하여 김경란류 〈승무〉를 완성하였다. 춤꾼 진현실은 김경란류 〈승무〉의 예술적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 하여 더욱 완성도 높은 예술 작품으로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김경란류 〈논개별곡〉은 김수악 선생의 영남 지역의 독특한 수건춤에 남해안 무속의 색채를 가미하여 독창적인 춤으로 재창조한 춤이다. 춤꾼 김미애는 스승 김경란의 춤을 기반으로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과 창의성을 가하여 삶의 근본적인 감정을 담아 무대 위에 펼쳐 보였다.

김경란류 〈교방굿거리춤〉은 김경란 선생이 스승 김수악이 남긴 여덟 마루의 굿거리 춤사위에 김경란 선생이 즉흥성과 개성이 넘치는 소고 가락을 덧붙여 민속춤의 신명과 미학이 자연스럽게 발현되도록 발전시킨 춤이다. 춤꾼 최주현은 관객과 시선을 맞추며 경쾌하고 굿거리장단에 맞춰 춤추며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며 흥겨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능숙함을 연출하였다. 조갑녀제 김경란류 〈민살풀이춤〉은 이장산-조갑녀로 이어지는 남원 권번의 고제(古制) 살풀이춤이다. 춤꾼 김미선은 스승의 예술적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춤의 울타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반추한 서사를 부가하여 자유로운 독무로서의 완성도를 높여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독공독무 서울교방 6인전’은 서울교방 김경란 대표가 예술감독을, 무용인류학자 겸 평론가 최해리가 제작감독을 맡았다. 김경란 예술감독은 “독공은 우리나라 전통예술의 뿌리인 ‘바리데기’ 신화의 고행과 자각이라는 수련의식과 맞닿아 있으며, 이번 공연을 통해 치밀하게 자기 연마를 거듭해 온 여섯 춤꾼이 아름답게 수놓는 무대와 만나 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최해리 무용평론가는 대중들에게 전통춤이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서 레트로풍 일러스트레이션 포스터, 춤꾼들의 자기 리서치, 도창(導唱)이 끌고 가는 춤판 등 전통춤 공연의 관습을 벗어나는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두 사람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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