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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억압의 경계’로서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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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이라고 안무가는 자신의 공연을 소개한다. 춤의 본질이 자유가 아니라면, 적어도 춤이 자유를 경험하는 몸의 방식이 아니라면, 말로도 설명하기 벅찬 ‘자유’를 어떻게 춤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자유를 내포한 춤은 어디로, 무엇에 ‘무한히 접근’하는가?

제약과 억압 없이 자유를 설명할 수 있을까? 본 공연 시작 전, 무대는 바퀴 달린 세 개의 반투명 이동 막(가운데 공간이 뚫린)으로 삼분(三分) 돼 있다. 세 개의 막이 한 곳으로 어긋나게 교차하며 만든 삼각기둥 감옥 안에 남자 무용수 한 명이 갇혀 기괴한 표정의 영상과 몸짓으로 절규한다. 네 면의 객석을 채운 관객들은 일어나 춤추는 6명의 무용수들 사이를 자유롭게 거닌다.

가변의 장(場) 안에서 운동하는 입자들처럼, 6명의 무용수는 독무를 추다가 막 사이의 틈을 통해 공간을 이동한다. 관객의 망막에는 공간을 넘나들며 춤추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반투명 막을 통해 중첩되는 입체적인 3면화, 6면화처럼 비친다. 이동 막은 공간을 가르는 차단벽이면서 동시에 몸짓을 비추는 재현의 스크린, 거울이다. 시선은 나눠진 공간의 깊이를 오가며 질문한다. 몸은 언제 이 제약을 벗어날 수 있을까?

세 개의 이동막이 해체되면서 삼각기둥에 갇힌 남자 무용수가 해방된다. 그는 열린 광장에서 꼿꼿한 몸으로 독립을 표현한다. 여성 무용수 2명과 3인무로 붙잡고 뛰고 돌고, 엮이다가 풀리면서 자유를 만끽한다. ‘춤은 자유와 억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몸짓이다.’라고 말하려는 듯이.

몸은 센서와 반응한다. 신체의 움직임과 감응하는 파동이 반투명 막에 영사된다. 무용수들은 몸을 포개 사람 탑을 쌓고 무너져 내린다. 기포가 솟아오르는 이동 막은 어항의 유리 벽으로 변하고 무용수들은 수초처럼 유영한다. 춤은 새롭게 배치되는 이동 막 안에서 끝난다. 몸은 또 다른 제약의 질서 안에 갇힌다.

춤이 그치고 관객들은 세 개의 막으로 둘러싸인 무대 안으로 다시 초대된다. 네 개의 방향에서 보던 6면화, 지금까지 봐온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서 있는 막 안에서 신체는 여전히 제약받는 존재다. 다양한 몸이 함께하는 공간에서 춤은 새로운 의미를 얻는다. 다음번의 저항과 탈출, 더 나은 질서를 향해 무한한 접근을 준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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