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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불꽃이 튀는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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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44회째인 Modafe, 국제현대무용제가 불혹의 연배에 맞는 변화를 시도했다. 해외우수 작품 초청의 틀을 벗어나 전 세계 안무가와 무용 단체의 참가 공모를 받고 선발하는 오픈 플랫폼 방식으로 변신한 것. 첫 회의 반응은 좋아 83팀이 지원, 그중 16팀을 선발해 서울 무대에 올렸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대극장 8팀 중 이탈리아, 타이완, 미국, 체코의 작품이 차례로 맛보기 쇼케이스처럼 무대에 올랐다. 편당 10분 내외의 짧은 공연이지만 각기 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불꽃이 반짝였다.

두 여성 무용수가 서로에게 다가서다 물러서는 기본 스텝을 중심으로 서로 같으면서도 달라지는 동작으로 변화무쌍한 데칼코마니를 그려 나간다. 대칭을 만들다가 짧은 시차를 두고 조금씩 움직임이 달라진다. 두 사람이 마주 보며 할 수 있는 다양한 동작들이 나온다. 두 몸은 서로 대결하다가도 서로 공명하고 동기화한다. 단순한 접촉 즉흥보다 훨씬 짜임새 있는 조응을 통해 두 몸은 끊임없이 대화한다. 이탈리아의 안무가 아드리아노 볼로니노(Adriano Bolognino) 는 그의 전작 〈연인(Gli Amanti)〉, 〈눈처럼 (Come Neve)〉에 이어 여성 이인무를 통해 ‘희망의 마지막 움직임’을 보여준다. 토슈즈를 신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파 드 되(pas de deux)를 창조하면서.

두 번째 작품은 소품을 사용한 남성 2인무다. 앞의 여성 이인무보다 움직임이 더 크고 격렬하다. 서로 밀고 당기고 뛰고 앞구르기 뒤구르기를 반복한다. 두 사람의 춤은 점치기 전의 의례에 해당한다. 춤을 추고 나서 신에게 질문한 뒤 윷같이 생긴 반달 모양의 막대 (푸아푸에(puah-pue, 擲筊)) 두 개를 던진다. 긍정, 부정, 중립의 점괘가 나오는 데 따라 춤의 성격이 달라진다. 신의 답을 듣고 어떤 느낌의 춤을 출지 결정한다. 몸의 욕망과 마음의 기원을 담지만, 경우의 수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우발적인 춤. 내년에 다시 한국에 올 수 있게 허락해달라고 영어로 비는 순간 관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세 번째 춤은 앉은뱅이로 시작한다. 오른쪽 다리를 뒤로 꺾고 왼쪽 다리를 접어 몸을 받치는 불편한 자세. 무용수는 다리를 풀고 방향을 바꿔가며 일어서서 움직이려고 애를 쓴다. 몸의 활로 찾기, 몸이 정상적인 동작의 궤도에 올라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안무가가 수술 후 몸의 건강을 되찾아가는 과정의 감동적인 재현이다. 어린 아기가 어렵게 한 단어, 한 구문을 익혀나가듯, 마디, 관절 하나하나가 소중한 하나의 음절이 되어 몸은 예전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려 회복과 재활을 발음한다.

뒤편에서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안개, 여성 무용수가 등을 보이며 앉아있다, 다리 사이로 긴꼬리가 바닥에 끌린다. 일어나면 그것이 길게 땋은 머리카락임을 알게 된다. 무용수의 긴 팔과 다리가 실루엣으로 눈에 확연하게 들어온다. 일본의 타이코 북소리가 들리고 달빛 아래의 주술이 시작된다. 거미의 긴 다리처럼 손과 발이 움직이며 요정의 아크로바트가 펼쳐진다. 체코의 젊은 안무가 Michal Vach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동화같은 작품이다(참고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wo7dpq8G1c).

짧은 소품들이지만, 앞으로 세계 현대 무용을 이끌어갈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봤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들 중에서 누군가가 현대 무용의 조류를 바꿀 획기적인 작품을 내놓을지도 모른다. 첫날 개막작 객석의 70% 이상이 교복을 입은 고등학교 무용 전공 학생들이었다. 이들에겐 안방에서 현대 무용 최첨단의 조류를 보는 소중한 체험이었을 것이다. 모다페의 변신이 앞으로도 우리 무용계에 지속적인 자극과 활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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