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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창작ing 무용 〈미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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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곡(夜想曲)_ 무대에 가득 찬 둥근 달 앞에 놓인 교자상 위에 놓인 달항아리에서 고요히 향불이 피어오르고 정가와 경기민요 소리꾼 김보라가 비나리를 하며 객석에서 걸어 나오며 공연은 시작된다. 작품 속 〈미얄〉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조차 억압받고, 그 감정을 끝내 표출하지 못한 채 삶과 죽음의 경계에 머문다. 〈미얄〉은 단순한 비극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그녀가 끝까지 사랑을 갈망하고 몸으로 표현하려 했던 행위 자체에 존엄을 부여하며, 여성의 몸이 감당해 온 감정의 무게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삶과 죽음, 사랑과 침묵, 말할 수 없던 감정과 몸의 기억을 가장 섬세하게, 그리고 가장 강하게 던지는 몸의 언어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상상(想相)_ 〈미얄〉은 한국 여성들이 겪어온 깊은 한과 아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이를 통해 해원과 치유,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성의 강인한 서사를 이야기한다. 부포, 한삼 등 한국의 다양한 전통 소품을 활용한 감각적인 안무가 돋보였다. 흐드러진 채 간지럽히는 부포의 자태와 공기를 가르는 한삼의 비정형적 흐름은 무용수의 신체와 더불어 조화롭게 움직였다. 작품 속에 녹아든 소품들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대 위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관객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울림을 전하였다. 〈미얄〉은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역동성과 시각적 미학을 극대화하였다.

연(緣)_ 〈미얄〉은 봉산탈춤 등에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남편이 들인 첩과 갈등을 겪으며 구박받다 남편에게 맞아 죽는 비극적인 여인이다.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이이슬은 왜 이 시대에 〈미얄〉을 불러들인 것일까? 그러나 첩과의 다툼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탈춤 속의 ‘미얄할미’는 핍박 속에서도 당시 여성에게 기대되던 순종적인 모습과는 다른 능동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한 여성이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통을 해소하고 삶의 활력을 찾으려던 〈미얄〉을 이 시대에 불러들여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미얄〉을 관찰함으로써 주목할 만한 지점들을 포착하여 움직임의 형태로 전환함으로써 사랑 그리고 한(恨)의 다면적 형상을 고찰한다.

미얄, 한(限)_ 〈미얄〉은 한국적 연희 미얄 과장에서 모티브를 얻어, 여성의 삶과 해원(解冤)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얄〉은 전통적인 ‘미얄할미’가 겪는 고통과 한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오늘날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의 단면을 보여주고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미얄할미’ 탈춤의 서사처럼, 〈미얄〉은 사회적 제약과 차별 속에서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고통, 희생, 그리고 맺힌 한을 표현하였다. 〈미얄〉은 단순히 고통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고통을 극복하고 한을 풀어내는 과정에 집중하였다. ‘잠비나이’의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강인한 모습에 힘을 더하였다.

미얄, 한(限)_ 〈미얄〉은 남편에게 외면당한 아내이자, 희화화된 존재로 그려지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받지 못한 존재로서의 상실감과 주변화된 여성의 모습이 자리한다. 이이슬은 이 인물의 내면에 숨겨진 감정—말하지 못한 사랑, 억눌린 욕망, 침묵 당한 감정의 결에 주목한다.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미얄〉의 삶은 여성이 감내해야만 하는 생의 무게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품 속에 녹아든 소품들은 무용수의 움직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하며 무대 위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관객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울림을 전한다. 한국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역동성과 시각적 미학을 극대화하여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이이슬 안무가는 한국무용을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 감정과 신체의 경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펼쳐온 창작자다. 그의 안무는 한국무용의 고유한 호흡과 정서를 현재의 언어로 치환해, 감정의 미세한 결을 무용수의 몸에 입히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전통 형식이 지닌 구조미를 해체하거나 재배열하면서, 신체에 응축된 정동을 시각적 서사로 확장하는 것이 그의 대표적 창작 전략이다. 이 작품은 현실이 강제한 고통을 사유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적 좌표를 제시하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색한 시도가 돋보였다. 몸의 떨림 하나하나가 감정의 잔향처럼 관객에게 전달되었고, 절제된 시선과 밀도 높은 구성은 전통을 고요하게 현대화한 미학적 성취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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