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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삶의 리듬이자 생명력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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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스댄스 필름 페스티벌’(NBFF)이 올해로 7회를 맞았다. 오늘날 댄스필름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데에 NBFF의 기여는 작지 않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과 멕시코에서 동시에 개최되면서 국제적인 연대를 펼칠 뿐만 아니라, 예술적 미학과 사회적 담론을 포괄하여 댄스필름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춤은 어디에서나, 언제나, 다양한 방법으로 평등하게 이루어짐에 가치를 둔다”는 미션이나, “춤과 영화를 통해 다양한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것이 또 다른 관점으로 나와, 상대, 공동체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신념은 NBFF의 차별된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심사위원상 수상작 〈The Sea〉는 바로 이를 대변하는 작품이다.

댄스필름의 권위자 더글러스 로젠버그의 〈The Sea〉(2024)는 스웨덴 남부의 포뢰(Fårö) 섬에서 찍은 64분 길이의 작품이다. 흑백으로 제작되었다는 점, 무용을 배운 적이 없는 지역 주민이 참여한다는 점, 모두 황혼기에 접어든 남성이라는 점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상식을 벗어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몸짓이나 영상미는 일반적 경향과 거리가 멀다. 탐미적 미장센은 극히 제한되었고, 어떤 욕망도 자극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 장면은 현실적으로 해석되며, 자연스러운 삶의 메시지를 읽게 된다. 춤은 삶의 리듬이며 생명력의 증거라는 개인적 심증을 더욱 굳힌다. 이것이 니체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이렇게 외친 이유일 것이다. “나는 춤을 출 줄 아는 신만 믿으리라!”

이 영화의 출연자 12명은 모두 노인이다. 그런데 댄스필름이면서도 종종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심지어 클로즈업할 때 아무 동작을 하지 않기도 한다. 그들이 노인임을 다시금 확인하듯이. 작가는 노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말하려는 것일까? 노화는 에너지 고갈의 결과가 아니다. 생명력은 여전히 생동하고, 다양한 표정으로 오늘의 삶을 누린다. 같은 색의 옷을 입고 같은 춤을 추는 모습은 그들이 하나의 유기체임을 말한다. 즉, 그들은 연대하는 인간이다. 바다와 돌, 나뭇가지 등 자연물을 사용하는 동작들은 노화란 자연과 가까워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메시지가 들려온다. 12명, 그들에게 자연은 예수와 같은 존재이고, 그 곁에서 삶을 누린다.

춤에 숙련된 분들이 아니기에 그들의 춤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기하학적인 미학을 보여준다. 단순하지만 연속되고 연동된 동작으로 에너지를 공유하고 확장한다. 그리고 빵을 나누어 떼는 등 유대인으로부터 유래한 공동체의 상징으로 유연하고 밀착된 동작의 흐름에서 선한 에너지로 연결된 유기적 연대를 느끼게 한다. 그들을 연결하는 또 하나의 장치는 음악이다. 모두가 공유하고 즐기는 음악은 그들을 춤으로 이끌고, 이를 통해 그들은 하나임을 느낀다. 그들의 춤이 세련되지 않았더라도, 오히려 그렇기에 자연스럽다. 신체적 능력이 좋지 못한 노인이기에 이러한 자연스러움에 긍정한다. 그렇게 그들은 춤과 음악을 공유하며 함께 하는 삶을 표현한다.

〈The Sea〉에서 춤에 집중된 또 하나의 장면은 이인무다. 두 남자의 춤은 서로의 몸을 쓰다듬는 제스처들로 연결된다. 팔로, 머리로, 몸으로, 그들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으로 접촉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또한 상대방의 표현을 느낀다. 그 시간에 존재하는 감각은 오직 촉각으로, 가장 가까이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이것은 욕망의 표현이 아니라 함께함의 소중함이다. 만남보다는 이별이 더 익숙한 시기, 함께 삶을 누리는 서로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소중하다. 이것은 노년이 되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진리인가? 물질이 권력이 되고 이기심이 자산이 되며 혐오가 영웅심으로 둔갑하는 시대에 두 남자의 몸짓은 오늘에 대한 처절한 호소로 들린다.

그들은 바다 앞에 선다. 자연 앞에서 그들은 다시 처음 온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데 그들은 바다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저 바다 앞에 설 뿐. 살아있는 인간은 자연과 구분될 수밖에 없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니체의 철학에 심취하여 음악을 만들면서 인간과 자연을 상징하는 음을 끝내 분리했던 것처럼,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자연 앞에 선 인간은 결국 거기까지이다. 가장 가깝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연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기에, 삶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하는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라는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스인 조르바’가 해변에서 춤을 추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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