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카드리뷰

서울경기춤 100년: 지속의 몸, 사유의 시간

.

서울경기춤의 100년 역사를 한 무대에 담은 공연 '서울경기춤 100년: 지속의 몸, 사유의 춤'이 10월 26일 서울경기춤연구회의 주최로 서울아트센터 도암홀에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서영님, 이화숙, 전은경, 정주미, 한혜경 등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다섯 원로 예술가가 각각 스승으로부터 받은 춤의 정신을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하여 '스승의 춤'과 '자신의 춤'을 나란히 선보였다. 스승의 몸에서 제자의 몸으로 이어진 춤의 시간, 그 지속과 사유의 여정이 관객에게 깊은 울림으로 다가갔다. 서울경기춤보존회는 다섯 원로 예술가의 몸이 써 내려가는 100년의 서사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귀중한 예술적 유산으로 남게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서영님: 장구춤/ 주만향제 김문숙류 구고무(九鼓舞)_ 사단법인 님무용예술원 서영님 이사장은 기존의 농악 장구춤이 지니는 역동성이나 남성적인 기예 위주가 아닌, 여성적인 섬세함과 우아한 춤사위를 강조하여 독창적인 미학을 창조하였던 명무 조용자 선생의 장구춤을 복원하여, 재해석한 장구춤을 선보였다. 그리고 1950년대 주만향 명무에서 비롯되어 김문숙류로 자리 잡고, 이후 이숙향 명무에게 전수되어 현재 서영님 선생으로 거듭난 구고무(九鼓舞)를 추었다. 흑 장삼에 고깔을 쓰고 녹색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고 파계승이 속세에서 번뇌하다가 백팔번뇌를 깨닫고 다시 불교로 귀의하는 승무의 형식을 빌려 춤을 추다가 장삼을 벗고 중앙에 북을 두고 양옆에 8개의 북을 서로 마주 보게 해 놓은 형태로 9 북을 치었다.

이화숙: 애상(愛像)/ 강선영류 태평무_ 사단법인 우리춤협회 이화숙 이사장은 성금련류 가야금산조 선율에 맞추어 여성 특유의 사랑스러운 자태와 도도하면서도 섬세한 춤사위로 구성하여 깊이 간직한 사랑의 마음을 담아 창작한 산조 춤 애상(愛像)을 무대 위에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스승이 물려준 강선영 류 태평무를 무대 위에 올렸다. 낙궁, 터벌림, 올림채, 도살풀이, 자진도살풀이 등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무속 장단에 맞춰 화려하고 우아한 팔 사위와 겹걸음, 잔걸음, 무릎 들어 걷기, 뒤꿈치 찍어 들기 등 현란하고 기교적인 발 디딤새에 경쾌함과 절도, 신명과 기량의 과시가 조화를 이룬 이화숙 선생의 춤사위는 마치 그녀의 스승 강선영 명무가 무대에 다시 오른 착각을 하게 하였다.

정주미: 재인청풍류춤/ 이동안류 엇중몰이신칼대신무_ ‘재인청춤보존회’ 정주미 회장은 조선 재인 집단의 화성 재인청(華城才人廳) 예맥을 잇는 ‘조선의 마지막 춤꾼’ 이동안 명인의 춤을 기반으로 재인청춤의 가장 큰 특징인 기본이 탄탄한 춤, 역학적 안배에 충실하게 그녀가 창안해 낸 ‘재인청풍류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의 스승 이동안 명인이 물려준 ‘엇중몰이신칼대신무’를 추었다. 이 춤은 이동안 명인이 완숙기에 접어든 지고의 시기에 재인청 춤의 예맥을 고스란히 담아내어 망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이의 슬픔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다. 정주미 명무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화려함으로 꾸며지지 않은, 꾸밈으로 포장되지 않은 우리네 그대로의 멋과 흥을 표현해 내었다.

한혜경: 흥지무/ 김취홍제 오천향류 십이체장고춤_ ‘사단법인 한국십이체장고춤보존회’ 한혜경 이사장은 교방춤을 바탕으로 부채를 활용하여 흥취와 유연한 미를 극대화하고, 삶의 여유와 풍류를 담아낸 독특한 창작 전통 입춤 흥지무를 여인의 아름다움과 흥의 묘미를 살려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대정권번의 기생 김취홍에 의해 창작되어, 오천향과 한혜경으로 이어지는 3대 전승의 맥을 지닌 김취홍제 오천향류 ‘십이체장고춤’을 무대에 올렸다. 이 작품은 자연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열두 가지 독창적인 춤사위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깊은 연대를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한혜경 명무는 농염한 사위와 유쾌한 장단 속에 한국춤 특유의 흥과 한이 어우러지게 추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은경: 살풀이, 情/ 한영숙제 정재만류 태평무_ ‘정재만춤연구회’ 전은경 회장은 인간의 한과 비애를 품어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춤추는 이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고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한성준의 살풀이춤을 원(原) 살풀이, 그의 스승 정재만의 춤을 본(本) 살풀이, 자신의 살풀이를 ‘살풀이, 정(情)’으로 규정하고, 기존 동작 및 구성을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그의 스승 정재만 명무로부터 물려받은 한영숙제 정재만류 ‘태평무’를 무대위에 올렸다. 전은경 명무는 단아하고 절제된 기품 속에 섬세한 손놀림과 현란한 발 디딤의 기교와 복잡한 장단의 변화를 담아내어 절제미와 내면의 우아함이 강조된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춤을 부족함 없이 발현해 내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비평지원 안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로고

웹진 댄스포스트코리아는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으로부터 제작비 일부를 지원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