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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아가는 실험적 과정 - 툇마루무용단〈Identity〉

유민경 안무〈New World〉 ⓒSang Hoon Ok

지난 3월19일(토)-20일(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22 툇마루무용단 정기공연 ‘Identity’가 진행되었다. 올해로 창단 42주년을 맞은 툇마루무용단은 2021년 이동하 대표를 주축으로 현대무용의 전통성과 차세대 안무가들의 새로움을 더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번 정기공연 에서는 이들의 정체성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혼란한 세상 속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말자는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외적으로 시각적 측면이 강조된 유민경 안무의 〈New World〉와 내면에 집중해 주제를 전달하는데 주력한 양승관 안무의〈The Variant〉두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유민경 안무〈New World〉 ⓒSang Hoon Ok

 

먼저 유민경의〈New World〉는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메타버스의 가상세계를 그려내며 그 세계 속에서 진화하고 탄생하는 우리 인간의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대 위부터 길게 늘어진 신축성 있는 천 안에서 무용수가 꿈틀거리다 나오는 장면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자궁을 벗어나 탄생하여 메타버스 안에서 만들어진 아바타는 화려한 메탈릭 의상, 강렬하고 역동적인 움직임, 다국적 언어의 사용 등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작품 후반부, 겔 형태의 끈적한 액체가 무대 위에서 떨어지는 장면과 그 겔을 들고 무대 앞쪽에 설치된 마네킹에 묻히고 마네킹이 천정으로 올라가 겔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은 마치 수많은 AI가 판매를 기다리듯 무대 2층 난간에 열을 맞춰 마네킹과 같은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곧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모태의 자궁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메타버스 세상 속의 아바타로 태어나는 현실을 성찰하고 앞으로 어떤 모습의 세상이 우리를 기다릴 것인지, 앞으로의 모습을 만들어갈 관객들에게 묻는다. 우리에겐 낯설고 어쩌면 달갑지 않을 공간으로 입장해야 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본질은 공간이 어디든, 자신 고유의 정체성, identity를 잊지 않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가상현실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탐문하는 과정을 표현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양승관 안무〈The Variant〉ⓒSang Hoon Ok

양승관의〈The Variant〉는 집단에서 일어나는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본질적인 관념, 진리 특히 개인이 가지는 감정과 더불어 집단이 모였을 때 생기는 군중심리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방인을 소외시키는 현실, 혹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어 인간이 마주하는 현실을 여러 캐릭터를 통해 각인시킨다.


이번 작품은 다양한 오브제와 의상, 무용수별로 캐릭터를 가진다. ‘오드’라는 인물과 마을사람들의 대립구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오드’는 다른 등장인물들과 다르게 팔이 두 배가량 긴 ‘변종(variant)’이다. 팔이 길고 힘이 없어 각자가 소유하고자 하는 사과를 눈앞에 두고도 잡지 못한다. 그녀와 군중의 차이는 겉모습에서 점차 사회적 역할로 확장된다. 그녀를 돕던 인물들도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녀를 소외시키거나 몰아세운다. 분절되거나 멈추어 서서 덜덜덜덜, 쿵쿵쿵쿵 거리는 군무진의 동작에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그들의 모습이 비단 무대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안에서 수없이 이루어지는 일상이기에 무대는 더욱 참담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본 작품에서는 ‘자기의 가치와 존재는 공평하다’라는 안무가의 메시지보다 개인(변종)과 군중에 대한 대립적 시선만 부각되어졌다. 또한 무용수마다 각각의 캐릭터를 부여한데 반해 무대에서는 이들의 뚜렷한 차이를 볼 수 없었다. 

 

양승관 안무〈The Variant〉 ⓒSang Hoon Ok

 

이번에 진행된 툇마루무용단의 두 작품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현재 사회의 이슈들을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반면 작품의 제작목적이 작품의 후반부로 가며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며 갈무리가 되기보다 축소되거나 희미해졌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시대적, 사회적으로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만큼 보다 발전된 형태로 또 다시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리뷰 참여자_ 김미영, 박원정, 여지민, 장지원, 한성주

대표 교정_ 김미영

사진제공_ 툇마루무용단, ⓒ옥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