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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확장과 상상화 작업- 김예림의 <잔소리>

‘청각의 상상화’란 무엇일까? 에 대한 의문을 갖고 보게 된 공연이 있다. 2022년 4월 8~9일 이틀간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 무대에 올려진 김예림댄스프로젝트의 <잔소리> 가 그것이다. 중견 춤비평가 ‘김예림’이 안무가를 겸업하나 의아해했는데, 동명이인의 젊은 안무가였다. 불과 2년 전에 신인데뷔전을 통해 등단한 신예 안무가가 창작의 중심지에서 단독공연을 한다는 것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청년예술가 생애첫지원사업’으로 이루어지는 무용공연이 여러 차례 언론에 홍보되는 것이 이채로워 집단 리뷰어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공연을 띄운 것은 코리아댄스어브로드 박신애 대표였다. 박신애 대표는 신진 여성 안무가를 육성하겠다는 후원 정신으로 김예림을 지원하고 있었다.  

 


 

이번 신작 <잔소리>에서 김예림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한 오류, 일상의 소리에서부터 우리가 시각적으로 보는 것에서 오는 고정관념과 편견 등을 비틀어,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공간과 오브제를 사용한 시도를 통해 '청각의 상상화'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의 데뷔작 <비벼진 소리>(2020)와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으로 발표했던 <불_편한소리>(2021)를 묶고 확장해 하나의 완성작으로 만들었기에 <잔소리>에서 크게 눈에 띄는 실험과 시도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직은 다소 서툴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 자기만의 것을 풀어내고자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 전개과정에는 ‘청각의 시각화’ 작업에서 발전되어 ‘청각의 상상화’를 시도하면서 의상 특성상 나타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무대 한 켠에 마련된 작은 방의 문을 여닫는 소리, 노크소리 등을 활용해 내는 소리자극과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빛, 그 빛에 입힌 색 등의 시각적 자극으로 작품을 이끌어갔다. 닫힌 문을 쾅소리가 나도록 열어 젖히는가 하면 다시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리기도 하는 등 쉽게 무대 공간으로 나오지 못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청년예술가 생애첫지원’을 받아 불안한 마음으로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김예림 안무가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일상에서 들렸던 소리를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써 점차 소리는 북 두드리는 소리, 물 떨어지는 소리 등을 연상되게 하며 다양한 사운드로 확장되었다. 때론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빠른 비트를, 때론 미세한 움직임으로 주의를 집중시키며 무용수들의 움직임 자체가 본 작품의 음악이 되었고 관객들의 호흡은 완급조절된 움직임들에 맞춰 조율되는 듯 했다. 장시간 무음으로 진행되었지만 다채로운 질감으로 형성해 내는 움직임 소리에 집중한 나머지 지루할 틈 없이 관람한 관객이 있는 반면 미세한 변화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관객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 상반되는 자세는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였다.  

 


 

아주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일수록 부스럭거리는 소리는 신경을 자극한다. 멈춰 설 때 비로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멈춰있는 자기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다. 안무가에게 잔소리는 그렇게 인식 되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에게 수없이 따라다니지만 정작 그녀가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잔소리가 진행될 때가 아닌 잔소리가 멈춘 순간, 잔소리가 사라진 순간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긴 누가 잔소리를 귀담아 듣겠는가? 잔소리는 잔소리일뿐. 왠일로 잔소리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 않았을 때 오히려 잔소리를 의식하게 되는 현상을 잘 파악한 지점이다.  

 

<비벼진 소리>는 솔로 작품이고, <불_편한 소리>는 듀엣 작품, 그리고 이번 <잔소리>는 트리오 작품으로 넓혀졌다. 안무가는 일상적인 소리를 활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안무를 드러내고 소리를 움직임으로 무대화해 제시하며 자신의 안무 영역을 점점 확장시키고 있다. 첫 장면에서 감지되었던 불안정한 소리와 불안한 표현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안정화되는 것을 보며 김예림이 비로소 안무자로서 한고비를 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으로 다가가기 보다는 앞으로는 어떤 개성 있는 안무 방식을 제시할지 그 행보가 기대되었고, 소리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연작을 이어가는 소신이 신인이기에 더 패기있게 가능했던 무대였다. 

 


 

<잔소리>는 ‘청년예술가 생애첫지원’을 받아 올려진 첫 무대라 더 잘해 보이고 싶고 무언가 더 있어 보이고 싶었을 수 있다. 그러나 욕심 대신 소박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도 자기의 움직임을 찾는데 더 열심을 내고 자기만의 표현방법들을 찾아 발전된 모습의 작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신진 여성 안무가 육성에 나선 박신애 대표의 결의를 존중하며, 그 뜻이 10년지대계로 꾸준히 펼쳐지길 바란다.  

 

                                             리뷰 참여자_ 김미영, 장지원, 최해리, 한성주

                                                                     대표교정_ 장지원

                                                       사진제공_ Kim ju b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