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과 대면이 차단된 세상은 필연적으로 기존 공동체성의 해체를 동반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무용가들에게 몸의 독자성, 사회적 연결의 문제, 집단의 공동체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한 사건이었다. 성균관대 무용학과 김나이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변모해 간 공동체의 의미를 김나이무브먼트컬렉티브의 〈Alone, naturally〉 공연(2023.3.24.-25., LG아트센터 서울 U+ Stage)을 통해 표출하였다.
김나이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지원기관인 MAP(Multi-Arts Production)으로부터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기금을 받고 〈Alone, Naturally〉을 제작하였다.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맞게 된 비대면공동체, 그 안에서의 고립된 개인, 그리고 새로운 관계 맺기에 관한 지난 3년간의 성찰을 진지하게 풀어내었다.
〈Alone, naturally〉에서 안무가 김나이와 8명 무용수는 고립된 개인과 몸으로 연결되는 공동체의 양립적 관계를 비추며 비대면공동체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집중하였다. 그들의 미니멀한 움직임, 건조한 시선, 어둑한 조명, 반복적인 음악은 ‘비대면공동체 사회 속에서 자연히 나타나는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객석으로 전이시켰다. 특히 공연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한 명의 무용수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으로 시작하고 끝나는데, 이 움직임은 공연의 제목과 주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은유였다.
공연에서 개인은 홀로(alone)일 때 맥없이 쓰러져 있는 외로운 존재이며, 그 옆을 스치는 타인의 흐름에 반응하는 개인의 관계 지향 욕망은 각양각색의 접촉과 연결의 시도로 표출되었다. 함께 하는 움직임 속에서도 무용수들의 시선은 여전히 외로움을 표현하는데, 이 때문에 공연은 한편의 부조리극처럼 보였다. 또한, 무용수들의 부자연스럽고 불안정한 접촉과 단절의 몸부림들은 접속과 종료로 압축된 비대면공동체의 허상을 연상시켰다. 공동체의 휘발적인 이합집산 이후, 결국 또다시 남은 건 고립된 개인이며, 이 수미쌍관의 연출은 기존 공동체를 대체하지 못하는 지금의 지형 변화를 과연 당연하게(naturally)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 되묻는 듯하였다.
공연의 시작에서 아무런 음악 없이 진행된 단 몇 분의 순간이 자연스러운 소음으로 채워지며 외로움을 점차 고조시키고, 이어 동음(同音)의 사용이 잦고 섞임 박자가 주를 이루는 비트는, 자칫 건조할 수 있었던 같은 음의 반복이 각기 다른 세기로 연주되어 섬세한 표현이 가능토록 뒷받침하여 주었다. 리드미컬하기보다는 단순하지만 청각을 자극하는 음악과 하수에서 상수로 계속해서 반복 이동되는 방향성은 조화나 교류가 아닌 일방통행을 암시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움직임구는 조직적이기보다는 이미지의 확장을 도모했고, 강력한 에너지보다는 절제된 측면이 확연했다. 조명은 건조하지만, 무용수 상하체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섬세함을 지녔고, 이는 음악을 통하여 극대화되었다. 이처럼 〈Alone, naturally〉은 여러 장치로 주제를 충실히 표현해냈으며, 안무가의 의도대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동체의 현주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리뷰참여_ 김서현, 박재숙, 송준호, 장지원, 최해리
대표편집_ 최해리
사진제공_ 김나이무브먼트컬렉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