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 Hoon Ok
2023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인 최지연무브먼트의 <플라스틱 버드 VOL.2>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있었다(12,2.-3.). 안무자가 밝혔듯 춤의 본질을 통해 치유와 위로를 전한 이번 무대는 이전 <플라스틱 버드>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주제면에서는 플라스틱이 가득 차 죽은 새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플라스틱 버드>와 동일하게 <플라스틱 버드 VOL.2>는 그 원천 이미지의 성격처럼 지시하는 바가 명확하다. 인간의 환경 파괴 행위에 경종을 울리고 자성을 촉구하는 의도이다. 처음부터 메시지가 정해진 작품에서 연출과 안무의 핵심은 오히려 무대 언어만의 독립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품은 오브제 사용이나 장면 연출을 통해 메시지의 강렬함에 필적할 만한 인상적인 몸짓 어휘나 의미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최지연의 작품은 늘 전반적인 서사구조가 분명하고 무용수들의 캐릭터와 군무진들의 등장구조로 공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효과를 가진다. 이번 공연에서도 구조가 명확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강조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오르골 소리로 시작된 공연의 서막은 강렬하고 상징적인 장면으로 시작됐다. 새장을 표현하는 대나무 세트와 한 무용수가 새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기다란 회초리를 양손에 들고 휘두르는 부분은 마치 새가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현재도 끊임없이 플라스틱 사용을 하며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는 이중적 의미를 담은 듯 했다. 또한 자유로움의 세상인 동시에 안에 있는 새장 속 무용수는 반대로 날고 싶지만 갇혀있는 속내를 포효하는 듯 표현했다. 이후 진행되는 세상이 변화되면서 오염, 탈출 등의 메시지를 남기는 듯한 군무진과 깃털, 풍선, 사다리 등의 오브제의 다각도의 사용이 이번 공연의 주제인 ‘플라스틱 버드’를 나타냈다.
최지연은 작업의 돌파구를 공존과 공생 대신 대립과 배척을 반복하는 인간의 현재에서 발견한다. 그래서 무대 위의 춤꾼들은 때로는 새의 무리가 됐다가 때로는 인간 군상이 되어 중첩된 메시지의 메신저가 된다. 그것은 언뜻 피해자인 자연과 가해자인 인간의 단순한 이항대립처럼 보이지만, 자신과 타자, 인간과 자연으로 연결된 관계로도 읽히게 연출한다. 관계가 일방향적이지 않고 순환됨을 의미하는 통찰을 영상과 오브제, 움직임 구성에 담아내는 시도는 시종일관 인상적인 결과물로 이어진다. 그런데 다소 세분화된 장면 구성과 가리키는 바가 지정된 오브제 활용 때문에 작품은 원천이 지닌 시사적 메시지를 넘어서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플라스틱’과 ‘새’라는 키워드는 모티프로 남겨두고 이를 더 본질적인 담론이나 성찰로 연결할 수 있는 장면의 정리가 필요하다.
프로그램 북에서 밝힌 것처럼 안무가 최지연은 “연극적 기법과 춤 언어가 공존하는 안무가”이다.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공연의 짜임새나 그녀만의 표현이 강하게 남는다. 즉흥적인 듯 현장의 흐름을 잘 표현하는 공기가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초반부분에 등장했던 새장 안 그녀의 움직임만이 강조되고 이후 다른 군무진의 구조에서는 극 전반의 연결고리가 아쉬웠다. 더불어 아쉬웠던 점 하나는 음악과 춤이 다소 조화롭지 않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또한 음악의 볼륨이 지나치게 커서 춤의 섬세한 움직임과는 어울리지 않고 균형을 잃는 듯한 인상을 주었으며, 전체적으로 공연의 몰입도를 다소 저하시켰던 것 같다.
<플라스틱 버드 VOL.2>를 통해 파악한 전체적인 인상은 최지연의 작품은 최지연 그 자체여야지 더 돋보이는 강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진행 될 작품에서는 ‘최지연’ 본인에게 집중된 솔로 또는 듀엣 무대로 메시지를 더욱 정확하게 전달한 뒤 군무의 밀도를 높여 전체적인 완성도를 고양시키는 방법론의 사용을 기대해본다. 더불어 지난 창작산실 초연부터 선명한 주제의식과 강렬한 미장센을 통해 시선을 끈 무대의 강점은 여전한 만큼,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다음 공연도 주목할만하다.
리뷰참여_ 송준호, 오정은, 장지원, 한성주
대표편집_ 장지원
사진제공_ 최지연무브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