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주목해 움직임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어우름의 무대를 가진 공연이 있었다. 우선 '다문화'라는 뜻은 '많을 다(多)'자에 '문화(文化)'라는 말이 합쳐져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이라는 뜻이다. 급속히 통합되는 현대 세계사회에서 여러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고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문화의 다양성을 관리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상호 존중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중시된다. 또한 세계화로 인하여 현재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증가 하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를 이해하고 21세기 국가경쟁력으로 주목받는 문화예술사업의 활성화의 일환으로 이화여자대학교 공연문화연구센터 기획한 제3기 문화예술기획 아카데미가 마련한 이번 무대는 뜻 깊다.
8월 6일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안애순무용단 예술감독인 박소정의 지도 아래 이뤄진 <색色이異다多?색色이邇다!>공연은 제목부터 이채롭다. ‘색은 달라도 그림자는 같다’는 모티브로, ‘다문화’를 다루며 색이 다르다고 결코 다른 것은 아니라는 해답을 얻기 위한 노력이었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전공도, 학번도 다르지만 인간 본질인 ‘움직임’에 착안해 자유로운 행동과 아이디어가 잘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편안함을 제공했다.
특별출연한 무용단원 김효수가 바닥에 누워 유동적이면서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흐름의 솔로를 시작하면, 뒤이어 6명의 출연자들이 삼삼오오(三三五五) 등장해 복잡한 구성은 아니지만 자신들만의 컨셉을 가지고 개성 있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그것은 일상적인 모습일수도 있고 개인의 성향을 집약시킨 총체(總體)이기도 했다. 음악적 분석을 통해 자리를 이동하며 이와 매치되는 구성이 뒤따를 때 비록 비전공자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날카로운 시선과 작품에 대한 애착이 엿보였고, 모티브 그대로 나름 가지고 있는 색은 다르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안에서는 동일한 개체로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의 관심과 목표를 가지고 움직임을 이뤄냈던 권현화, 김리원, 문윤경, 민윤아, 이정원, 주소윤은 창작의 기쁨과 어려움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이고, 관객들은 무용공연의 관람이 난해하지만은 않으며 많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음을 인식했을 것이다.
예술의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다른 세계와 만나서 새롭고 독특한 융합을 시도해 나간다. 이렇게 다른 세계와 만나는 경계선에서 생겨나는 것이 ‘영감’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영감과 만나려면 먼저 다른 세계와 만나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의도했던 본 공연은 다름을 인정하며 편견과 오만이 배제된 순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이화 공연기획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