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나루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정형일 Ballet creative 뉴 레퍼토리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날 공연 된 작품은 <Red Motion>과 <무게로부터의 자유>로 <무게로부터의 자유>는 2012년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 크리틱스 초이스 선정작이 되면서 2013년에는 GDF 강동댄스페스티벌 초청작으로, 2013년에는 대한민국발레축제 초청작으로 공연된 바 있다. 안무자 정형일은 한양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발레단 단원을 거쳐 미국의 dance theatre harlem, eugene ballet company 활동을 하였고, 현재 정형일 ballet creative 대표로 있다.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 아트 프론티어로 선정, 2010년에는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상을 수상한 화려한 경력의 그는 이번 공연 무대에 직접 출연하면서 그의 열정을 보여주었다.
첫 무대 <Red Motion>은 여성의 성에 대한 관념과 관습 속에서의 정숙과 정절을 주제로 한 작품이었는데 붉은 조명 아래 여자 무용수들이 누워서 연출한 연속적 다리 동작은 선정적이었고, 작품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작품이 진행되면서 기대한 안무가의 의도는 표현되지 않고 주제를 벗어난 동작들로 이어지면서 작품의 동작들은 단지 몸부림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발레의 특징인 우아미, 기교, 포즈의 미학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어진 무대는 2012년 평론가가 뽑은 작품 <무게로부터의 자유>로 무용수에게 존재하는 중력과 물리적 한계로부터의 자유를 주제로 하였다. 초연 당시 관객에게 선사한 강한 인상과 감동, 여러 차례에 걸친 무대공연으로 보다 발전 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한 것과는 다르게 이 날의 무대는 같은 작품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무용수들의 동작은 힘겨워 보였고, 마치 연습 부족한 신작을 보는 듯 하였으며, 음악에 묻히는 움직임과 연결 동작은 무게로부터의 자유가 아닌 무게에 짓눌린 인상을 받았다. 가까스로 이어지는 무대는 여자무용수를 떨어뜨리는 남자무용수의 실수로 관객들을 긴장시켰고, 이후의 무대는 부자연스런 움직임과 경직된 분위기로 산만한 분위기였다. 아울러 후반부의 맞지 않는 군무와 그림자를 통한 실루엣의 장면들은 별 효과가 없었다.
이번 공연은 과거의 찬란한 찬사를 부끄럽게 한 무대였다. 무엇을 위한 공연이었는지는 모르나 공연은 매우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해야 하는 것이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