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6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김남식 안무의 <시계태엽 오렌지>가 무대에 올랐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는 1962년 영국 출신 작가 안소니 버제스(Anthony Burgess)가 발표한 소설로, 1971년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이 영화화하면서 알려진 작품이고 우리나라에 소개 된 것은 2005년이다. 이 작품은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통한 인간과 사회, 국가 속에서의 나약한 인간의 실체와 광기를 보여주면서 이와 함께 인권과 사회질서의 불안정한 균형, 정부권력과 사회 안전망이 개인의 인권을 제약한다는 점 등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모티브로 한 김남식의 이번 작품은 특이하게 클럽분위기를 재현하듯 관객이 입장하면서부터 이미 무대가 열려 있었고, 무대 위에서는 현란한 몸짓의 무용수가 춤을 추고 있었다. 아마도 작품과 무대의 제한 된 구역을 허물고 모두가 작품 속 일원으로 포함시키고자 한 안무가의 의도일지 모르지만, 청소년불가의 영화로 알려진 작품을 재현하는 자리에 다양한 관객이 있다는 점을 안무가는 배려하지 않은 듯 했다.
작품의 전개는 안무가가 의도한 움직임 연극으로 연극과 무용을 혼합하여 훈련된 움직임이 전체를 끌어가는 무용양식을 표방하였다고 하였는데, 무대에서 보여주는 부분은 단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과 관객의 뇌리를 자극하기 위한 강렬하고 원색적인 표현일 뿐, 안무가가 의도한 움직임 연극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훈련된 무용수의 모습은 소수일 뿐 일반인과 같은 무용수들의 비중이 커서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전개되지 못하고 어색한 분위기였다. 내용전개를 위한 작품 속 음악은 작품과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소음과 같은 음악으로 무대 위의 장면 보다는 청각적인 요소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반면 장면전환 부분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여 작품과의 대비성을 조장하여 관객의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시키는 분위기였다. 무대 위의 시각적 부분에서는 산만한 무대 장치가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되어 장면 전개에 집중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열린 무대의 열린 감각과는 다르게 무대 위에서의 무용수들은 관객에게 표현하기 보다는 무용수들 끼리만이 즐기는 무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느낌이었다.
작품의 완성도나 예술성을 떠나서 유명한 원작을 춤의 언어로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안무가 김남식의 용기와 시도에 놀라울 뿐이다. 앞으로의 작품은 깊은 성찰과 분석력, 예리한 독해력이 동반되는 완성도 높은 무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공연기획 MC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