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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지킴이 정동극장 그리고 〈MISO:배비장전〉



 외국 여행을 하다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하고 느끼려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문화유산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고유 음식도 탐닉하며 그 나라의 맛을 즐긴다. 그러면서 가끔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예술 관람에도 시간을 할애하려 한다. 뉴욕에 가면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일본에서는 가부키를, 중국에서는 경극(京劇) 등 그 나라의 상징적인 공연예술을 그 곳에서 제대로 보고 느끼려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시간을 할애하여 어떠한 한국 특유의 공연예술을 즐기려 할까? 이러한 부분에 대해 그동안 일정 부분 책임을 다한 것이 정동극장의 상설공연 무대이다.


 이 상설공연은 전통적 양식을 원형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가무악(歌舞樂) 형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융합한 창작 형식으로 나타나 으로 정제되어 2014년부터 2016년 1월 현재 (이하 <배비장전>)으로 이어오고 있다.


 ‘배비장전’은 이미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나 창극, 오페라, 연극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된 판소리계 소설이다. 이 ‘배비장전’이 공연으로 자주 올리는 건 아무래도 희극과 풍자가 어우러진 해학적 서사구조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 <배비장전>은 기본적으로 가무악에 기반을 두어 소리와 무용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의 흥을 돋는다. 풍물의 기본적 음악 배경, 소리꾼의 도창(導唱)을 통한 장면 해설 그리고 제주 가는 바닷길에서 배우들의 역동적 몸짓, 뒷풀이의 사고무와 풍물은 즉각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작품 속에 내제화되어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은 제주가 배경이기에 한국문화의 원형과 전형을 함께 보여주며 민족문화의 상징성을 함께 드러낸다. 그러면서 2014년에는 하루방춤을 선보였고, 2015년에는 해녀춤을 넣어 말춤과 함께 제주민속문화의 일상과 원형적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배비장전>은 한 시간 여 시간 안에 많은 걸 담아내다 보니 이미지화하는 장치를 도입하여 상징화한다. 장면의 전환 등에 보인 영상을 통한 설명이나 제주도 가는 바닷길의 영상 배경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배비장전>은 분절된 장면에서 이미지화 된 표현에 치중하다보니 이야기 구조의 이해가 힘든 아쉬움이 나타났다. 이는 이 공연이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어 표현하는가의 문제일텐데 ‘양반 배비장이 남성의 본능적 욕망에 이끌려 결국 망신을 당한다’는 기본 스토리로 표현하고자 하였지만 그런 해학이 뚜렷하게 이야기로 끌어내지는 못하였고, ‘배비장전’의 중요 인물인 애랑의 비중이 약화되면서 강한 극적구조로 이끄는 갈등구조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배비장전>은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와 볼거리, 한국문화의 원형적 모습을 모두 관객에게 전달해주어야 하는 부담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 곳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구조, 말 그대로 스토리텔링, 즉 Story(이야기구조)+tell(표현)+ing(현장의 소통)에 더욱 치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이는 이야기가 분절되더라도 장면 장면 밀집된 표현 방식을 통한 이미지화가 타자(他者)나 관객에게 더 효율적인 소통 방식으로 용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도에서 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도 또 다른 가능성을 전달하고 2월 마무리된다. 다음 작품은 <홍길동전>이다. 또한 안무자와 배역진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안무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하는 듯 하다. 이는 한국전통공연예술의 정체성, 그동안 정동극장이 쌓아올린 명성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의미, 상설공연의 작품이라는 여러 쟁점이 새로운 작품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분명 다름과 차이에서 새로운 문화전통의 생산물이 나올 것이다.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대중화․세계화․명품화라는 취지의 정동극장 정신에 보편성과 주체성이 함께 하는 전형이 어떻게 생산될지 기대해 본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단국대교수)
사진_ 정동극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