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컨템포러리 댄스의 시대성 - Liquid Loft의 〈shiny shiny.... Imploding Portraits Inevitable〉


 

 오스트리아 빈의 댄스 그룹 리퀴드 로프트(Liquid Loft)의 신작 가 지난 15, 16일 뒤셀도르프 탄츠 하우스에서 공연되었다. 초연이라고는 하지만 작년에 공연한 라는 작품에 이어지는 시리즈로 무대 구도와 작업 방식을 동일하게 설정한 일종의 변주 형태다. 비디오와 사운드, 신체의 결합을 중점적으로 시도해온 이 그룹의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전작들에 비해 비디오 활용과 영상의 비중을 확대했다.


 리퀴드 로프트는 안무가 크리스 하링이 2005년 공동 결성한 댄스 그룹으로 국내에는 2010년에 <러닝 스시>라는 작품으로 모다페에 초청, 소개되었다. 활동 시기와 하링의 안무 스타일을 보면 이들의 공연을 컨템퍼러리 댄스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그들은 스스로 시대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종합예술 추구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하고 있음을 밝힌다. 특히 앤디 워홀의 공연 이미지와 그 취지를 적극적으로 재발견하려는 점이 특이한데, 이번 공연의 제목을 1960년대 워홀의 공연 에서 가져왔고, 슬라이드, 영상, 레이져 쇼를 록공연과 결합했던 그 시대 워홀의 퍼포먼스 방식과 패러디 기법도 다분히 끌어 들이고 있다.




 무대는 두 개의 스크린이 마름모형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두 개의 카메라와 두 개의 프로젝션이 활용된다. 무용수들은 가발을 들고 등장하여 그것을 썼다 벗었다하며 카메라 앞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크로즈업 된 그들의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특히 눈, 코, 입 각각의 부위를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비춘다. 관객은 무대 위의 비디오 퍼포먼스보다는 배경영상과 결합한 스크린의 영상미에 주목하게 된다. 무대 위의 신체와 영상과 음악이 합치되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의 섬세함과 정확성은 노련함을 요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부분을 떠나 안무의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무용수의 개인적 기량에 초점을 잡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개개인의 역량이 미흡했다.


 카메라는 무용수들의 신체를 샅샅이 비추고 입속까지도 들여다보며 그들의 자화상을 추적한다. 이러한 자기 성찰의 테마에 대해 일부 프레스 평은 “첨단 장비를 활용하여 엑스레이를 찍듯이 사회를 포착하는 그의 섬세함”이라고 칭찬했다. 그밖에도 이번 시리즈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은 자신의 예술을 ‘세상의 거울’이라고 했던 워홀과 연결된다. 워홀이 50여 년 전 당시 생활 속의 소재를 수집하여 그의 작업실 ‘팩토리’에서 벌였던 공동 작업에 하링의 관심이 모아진 듯하다. 새롭게 부상하는 기기들 속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클릭 하나로 움직이는 세상 안에서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질문하고자 하는, 궁극적으로는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그 과정에서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의 내면의 분열을 보여주고자 한다.


 

 제목만 보면, 눈부실 정도로 빛을 내면서 폭발해 버릴 것 같지만 실상 이 공연의 폭발력은 미약했다. 빛과 그림자가 정신없이 교차하는 가운데 무용수들은 신체의 이곳저곳을 긁는 표현으로 이 공연만의 신호를 만들어 보내지만 관객과 잘 교감되지는 못했다. 차가운 미디어로 내면의 것들을 달구어 분출하고자 했으나 포스트모던도 모더니즘으로의 회귀도 아닌 그 어떤 묘한 지점에서 헤매는 느낌이다. 뭔가 터뜨리고 싶은 예술가의 의지가 무대 위에서 집약되지 못한 채 관객에게 밝은 암울함을 선사한다. 주제를 너무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도 공연의 매력이 반감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크리스 하링의 작품이 갖는 힘은 미디어가 중심에 부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무대는 항상 육체에 대해 면밀히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 왔고, 미디어가 중심이 아닌 미디어의 문제가 중심이 되는 공연인 것이다. 그것이 곧 사회문제로 귀결되며 하링의 예술적 의지가 컨템포러리라는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을 벗어나 새롭게 발돋움한다.




 최첨단 아니면 신선한 착상만이 대접받는 한국의 현대 무용계에 하링의 이번 시리즈는 환영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짚어 볼 것은, 그동안 한국에 소개된 다양한 공연들에 대해 우리는 문화적 이질감이나 여타의 문제들을 핑계로 면밀히 사색할 겨를이 없이 그저 새로운 착상만을 수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나가기만 하는 것이 아닌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춤을 고민하는 이번 공연은 작품자체를 평하기 보다는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색해 보는 여유가 필요했다.

 


글_ 서지영(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기)
사진_ Liquid Lof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