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 진주 교방굿거리춤 이수자,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 오광대전수자로 영남춤의 맥을 잇는다고 일컬어지는 한국무용가 박경랑의 공연이 2월 18일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있었다. 옛날 기녀들을 가르치고 관장하던 기관인 교방청에서 이뤄지던 교방춤을 꾸준히 이어온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故 김창후, 故 조용배, 故황무봉, 故김수악, 김진홍, 박성희, 강옥남 선생 등에게서 우리춤을 사사받은 인재다. 이번 <심중소회(心中所懷)>는 진득함과 맵시 있는 춤집, 여성미 물씬 풍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던 동시에 대중과 함께 하는 대동춤의 마당인 것은 좋았으나 같이 하는 무용수들의 전문성이 수반되었다면 더욱 탄탄한 공연이 되었을 것이 아쉬웠다. 따라서 전문성보다는 우리전통 가무악을 현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대중이 같이 호흡하는 한판의 비나리에 그 뜻을 두는 것이 적절했다.
1부 ‘녹수청산 깊은 골에’의 시조창으로 시작된 노래와 춤의 조합은 부채를 든 남녀의 이인무가 더해지면서 악가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체 타이틀인 <심중소회>는 옴니버스식의 무용극으로 처음 스승들에 대한 해설과 동영상을 통해 그 뜻을 기렸고, 나운규, 안중근, 최승희를 기리는 춤이 이어지면서 이들 영혼을 부르는 ‘초혼’으로 박경랑은 첫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보색대비의 치마와 저고리 차림에 부채를 들고 절제된 관능미가 묻어나는 전통 춤사위를 선보였는데, 붉은 부채와 작은 가면을 쓰고 등장해 소품을 하나씩 던져버리고 장검을 휘두르며 춤을 추었다. 이어서 한 여인을 중심으로 3개의 긴 천을 들고 나온 3명의 여인들의 춤과 박경랑의 지전춤, 방울 달린 묶음을 든 6명의 여인들의 춤, 초혼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의 얼굴을 프린트한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춤, 상여춤, 나이든 군무진들의 아리랑 노래에 맞춘 춤 등이 더해지며 넋을 기렸다.
‘복사꽃 고운 뺨에’는 조지훈의 시 ‘승무’를 바탕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번뇌의 마음을 안정적인 마음으로 승화시키어 해탈하는 의미를 엮어 보고자 한 작품으로, 연주팀의 소리와 연주에 맞춰 기존과 다른 느낌의 승무를 선보였다. 그 백미는 박자를 가지고 노는 북가락이었고, 이어서 판소리에 쓰이는 소리북을 재해석하여 소리를 하며 동시에 북을 치는 바라지의 연주에 맞춰 연주팀의 소리북을 가져다 치기도 하고, 바라춤, 소고춤, 징춤이 더해져 그녀 춤의 내재된 힘과 신명을 느낄 수 있었다.
2부 ‘복 나누어 갑시다’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인 북청사자놀이와 강강술래 비나리로 이뤄졌는데, 이는 그녀가 정월대보름을 전후로 국민들의 평안과 복(福)을 비는 마음에서 준비한 공연이었다. 객석에서 관객들을 무대로 초대해 북어로 몸을 치는 행위, 쌀 위에 올려져있는 북어 입에 돈을 꽂는 행위 등 전통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라지팀의 연주로 축원을 춤과 소리로 엮었고 한해 액운을 물리치는 의미의 북청사자놀이 연회와 함께 강강수월래가 난장판을 이루며 관객들에게 쌀과 술을 나눠주면서 복을 나눴다. 전통 연희판에서와 달리 일반 무용공연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병신춤과 북청사자놀이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했다.
늘 관객과의 교류를 중요시하는 그녀의 소신대로 이번 <심중소회> 역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우리 음악을 재해석하여 현대감각에 맞게 연주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바라지’팀의 연주는 공연에 흥과 재미를 더했다. 또한 굿거리, 자진모리, 연풍대로 이어가는 춤의 과정에서 전통춤의 특징과 개성, 동래권번 마지막 춤 선생인 강옥남의 제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는데 자신의 탁월한 춤실력을 더 많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수반되었다. 교방춤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지게 되는 선입견을 뛰어넘어 우리춤의 다양한 측면을 알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그 행보가 뜻깊게 이뤄졌으면 한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박경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