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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자기 정체성을 통한 발레 대중화의 들머리 - 와이즈발레단의 〈Once upon a time in 발레〉



 2009년부터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공연단체에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연 활동을 돕고, 대중에게는 ‘우리 집’ 근처에서 양질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데 의미가 있다. 와이즈발레단도 이런 혜택에 힘입은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이며 발레컬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2016.2.27.~28)도 그러한 토대에서 나온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발레컬’이라 붙여진 이름에서 엿보듯 발레(Ballet)와 다른 문화(Culture)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이루며 새로운 형태의 공연 양식을 만들어 냄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문화라는 것은 고답적이거나 철학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닌 탭댄스, 비보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장르와 조화를 이루면서 대중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낯익고 복잡하지 않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바탕을 두어 앙숙 관계인 두 집안과 그런 가운데 사랑을 나누는 두 남녀의 안타까운 이야기 그리고 이 두 집안이 춤경연대회를 통해 대립하고 종국에는 화해하여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과 결말이기에 대중에게는 편안한 기대지평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뮤지컬 요소와 영화적 기법이 혼용되어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데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대중에게 잘 알려진 영화 음악을 나열함으로 이 음악들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게 편안함을 전달 해 주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기법적인 측면에서도 춤추는 소녀를 엿보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를 차용한 첫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주었고, 마지막 장면도 음악이 흐르며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 형식을 보여주는 등 관객에게 극장의 익숙함을 전달해 주고 있다.


 이렇게 는 내용에서나 기법적인 측면에서나 익숙한 구조를 조합하여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영화, 뮤지컬 요소가 구조나 내용적으로 적재적소에 적용되었고, 비보이와 탭댄스가 삽입되어 융복합이라기 보다는 서로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대중적 발레극의 전형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통속적 요소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보편성에 바탕을 두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와이즈발레단의 고정 팬 확보에 바탕인 것이다.




 어찌 보면 이들의 드라마투르기가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기존의 질서에 대한 해체와 새로운 질서의 확립 그리고 대중적 시각을 통한 해석의 연작들이 양산된다면 와이즈발레단만의 레퍼토리가 형성될 것이고, 이것이 또 하나의 고전이 될 것이다.


 그리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우리 발레계의 현실에서 각각의 발레단이 지향해야 될 점은 무엇일지 이 공연을 통해 와이즈발레단은 스스로 해답을 주고 있다. 이는 자신의 달란트에 맞게 그 안에서 최고를 이룰 수 있게 최적화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 처음에서는 아마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던지 실험성을 추구하던지 아니면 대중성을 지향하던지. 와이즈발레단의 경우 그 가운데 대중성이라는 변별성을 통해 아이덴티티(identity)를 만들어내었고, 이는 그동안 이들의 지향점과 마포아트센터라는 지역 공연장 상주단체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일 것이다.


 와이즈발레단은 고전 발레 <호두까기 인형>, 댄스컬 <외계에서 온 발레리노>, 창작발레 등을 마포아트센터 상주단체로 정착하면서 안정적인 공연을 펼쳤고, 그런 가운데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가진 발레단으로 조금씩 관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성은 결국은 앞으로 더욱 탄탄한 작품을 만드는 배경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격의 없이 편하게 지역에서 하는 공연을 제공함으로 어느 정치인이 이야기한 ‘저녁이 있는 삶’의 한 축이 되리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와이즈발레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