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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화려한 기획 의도 속에 묻히는 무대 - “M극장 개관 10주년 기획공연” <우리 춤의 길을 묻다Ⅰ>

 2006년 5월, 소극장화 작업을 목적으로 개관한 M극장이 10주년을 맞이하여 4월 2일~5월 29일 기획공연을 마련하였다. 젊은 무용가들의 창조적 정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한 이 공간에서는 그동안 1,000여 편의 작품이 공연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극장공연을 위한 춤의 현장이 되겠다고 한다. 9개의 소제목으로 분류된 이번 작품 중 4월 16일~17일의 공연은 <우리 춤의 길을 묻다Ⅰ>이라는 타이틀로 5명의 안무자가 작품을 선보였다.

 김영철의 <바랏-살(殺)>, 김영미의 <바람꽃>, 류석훈의 <낯선 길-ALONE 2016>, 김성한의 <불편한 침묵>, 장은정의 이었는데, 안무자마다의 색깔을 기대했으나 움직임이나 느낌의 차별화는 기대할 수 없었다.

 김영철의 작품 <바랏-살(殺)>은 악귀를 물리쳐 도량을 청정하게 하고 심신을 맑게 해준다는 바라의 주술적 의미를 모티브로 작업한 작품이다. 소극장이라는 특성을 살려 공간을 십분 활용했으나, 춤의 구성은 단순하고 다듬어지지 않았고 다소 거친 면이 엿보인 무대였다. 특히 무용수의 강한 인상으로 인해 춤보다는 무용수가 눈에 띄었고, 무엇보다도 정리되지 못한 엔딩(ending)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당황스럽게 했다. 그나마 가야금과 장구의 장단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듯 보였다.

 김영미의 작품 <바람꽃>은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에 관한 숙명성과 삶과 죽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논리를 춤의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소극장이라는 공간 때문이었는지 안무자의 공간구성은 매우 협소하게 이어졌고, 국한된 공간에서의 연속적인 움직임은 다소 지루하게 다가왔다. 또한 경직된 상체의 형태는 안무자의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였고, 이로 인해 작품을 느낄 수 없었다. 작품을 위한 동작 연구 및 연습의 열정은 느껴졌으나, 움직임연결 이상의 메시지는 전달 받지 못한 작품이었다.


 류석훈의 작품 <낯선 길-ALONE 2016>은 한국적 호흡과 현대적 움직임의 요소를 통해 마주하는 삶의 색깔을 움직임으로 이미지화 한 작품이다. 별 다른 무대장치 없이 단순한 조명과 간결한 소리, 장단은 단순함 속의 풍요로운 무대를 그려냈고, 움직이는 무용수는 마치 움직이는 조각품을 연상하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꾸며서 만드는 움직임이 아닌 몸속에서 배어 나오는 듯 움직이는 무용수의 무대는 관객 입장에서 작품에 몰입하게 하였고, 특히 장단과의 혼연일체 된 무용수를 접하면서 진정한 춤꾼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작품 엔딩(ending)의 센스는 과히 안무자의 남다름을 보여주며 명쾌한 마무리를 선사했다.

 김성한의 작품 <불편한 침묵>은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현대사회의 모습에서 자신의 내면에 대한 고찰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시끄러운 소음의 음악과 지루한 전반은 작품 몰입을 방해하였고, 남녀무용수의 움직임과 표정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함이 이어지며 불편한 현대사회를 직시하는 듯 했다.


 장은정의 작품 은 춤 자체를 표현한 작품으로 동작의 강약조절과 호흡을 통한 움직임의 무대를 선사하였다. 사소한 움직임인데도 불구하고 춤으로 다듬어 연결시키는 안무자의 특성을 엿볼 수 있었고, 음악과 조명을 통한 공간 구성과 간단한 소품 하나로 작품 자체를 표현한 듯 보였다. 무(無), nothing을 위해 마지막 장면에서 무용수의 탈의(脫衣)는 만감이 교차하며 작품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

 창의적인 작품으로 진정한 춤꾼이 관객과 소통하는 소극장은 매우 중요한 무대이다. 이에 M극장은 책임감을 갖고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이사장의 인사말에서처럼 세계적 컨템포러리 댄스의 허브(Hub),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한 춤의 현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단지 화려한 타이틀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진정한 춤꾼을 발굴하여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을 소극장 무대에서 선보이기를 기대해 본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사진_ Han Film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