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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대중과 함께 소통한 발레축제의 두 공연 - 임혜경 Le Ballet의 ‘이야기가 있는 발레’와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댄스의 〈노련한 사람들〉

 제 6회 대한민국발레축제(2016.5.13.~29)는 다양한 볼거리를 주며 대중에게 다가섰다. 이번 축제는 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회와 예술의전당이 공동 주최하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야외무대까지 여러 공간으로 확대되어 대중과 소통하려 하였다. 특히 티켓 가격을 낮추어 발레공연 관람의 높은 벽을 허물고 양질의 공연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려 한 점은 이번 행사의 보이지 않는 장점이다. 또한 공모작 선정을 통해 올린 여섯 작품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하였는데 임혜경 Le Ballet의 ‘이야기가 있는 발레’와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댄스의 <노련한 사람들>(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016.5.20~21)은 성격은 다르지만 발레의 매력을 정확하게 전달해주기에 충분한 공연이었다.

 



 임혜경 Le Ballet의 ‘이야기가 있는 발레’는 4개의 소품을 임혜경의 설명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쉽게 다가선 공연이다. <기도>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 전반에 흐르는 발레클라스이다. 첫 장면은 커튼콜 장면을 관객석이 아닌 무대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화려함을 뒤로 한 그 이면의 발레리나 모습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다. 무대에서 가장 아름답고 최상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그 노력은 가장 기본적인 연습에서 나온다는 발레리나 일상의 드러냄이다.

 두 번째 작품 (슬픔과 무거운 마음의 눈물)는 차이코프스키의 <피렌체의 추억>이 흐르며 슬픈 파드되가 중심을 이룬다. 남녀가 함께 있지만 그들의 몸짓은 울고 있고, 표정 또한 무감하게 애증으로 표출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가 나를 사랑하고 가장 최고임을 인식하며 파드되이지만 의탁이 아닌 나와 서로를 인정하는 표현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있다.

 은 조지 거쉬인의 피아노(송효연) 음악에 발레리노 용기의 몸짓에서 상큼함을 더해준 작품이다. 특히 바리에이션에서는 관객들도 숨죽이며 함께 호흡하였고, 몰입과 해소, 그리고 전율을 공유한 무대이다. 
마지막 <무무 Passacaglia>는 헨델의 <파사칼리아>의 서사구조에 두 발레리나의 유동적 몸짓이 표출된 작품이다. 이는 무당춤을 재해석하여 헨델의 선율에 맞추어 표현한 것으로 나와 같은, 그렇지만 또 다른 나의 두 모습을 통해 긴장감 속 조화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다른 현악기의 선율이 무거움과 날카로움으로 대비되다가 그 충돌이 엑스타시를 일으키고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과 포옹은 해소와 감사로 다가서고 있다.

 이 공연은 기법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안무자의 혹은 발레리나의 삶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음악에 맞추어 표현함으로 마음을 움직인다. 이는 네 작품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삶과 일상의 여러 연결 고리 속에서 수직적 수평적 서사구조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빈틈없는 구성, 음악에 대한 높은 해석력 그리고 작품의 스토리텔링 등을 보았을 때 임혜경의 긴 호흡 안무 작품이 기대를 갖게 만든다.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의 <노련한 사람들>(안무 김성민)은 발레가 어렵다는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미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선정작으로 뽑혔고, 여러 무대에서 대중과 만남을 가졌다. 고전 발레에 기본을 두지만 그런 격식보다는 동시대(contemporary)적 감각과 조화를 강조하며 관객을 이끌고 있다.

 이 작품은 첫 장면부터가 심상치 않다. 남자무용수의 10CC의 립싱크가 흐르고 선글라스를 쓴 아마조네스의 무리가 권력자와 함께 등장하며 집단의 갈등 구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소통의 부재는 경계의 허물어짐에서 이해되고 오해된다. 그러면서 노래를 부르다 남녀의 역할이 바뀌는 전환점에서 남자 무용수의 지젤 바리에이션은 그로테스크하지만 슬픔보다는 코믹하게 상황을 풀어내고 있다.

 이어 바흐의 에서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이어지는 긴 장정은 이 작품의 정점이자 해소의 공간이다. 이들이 노련한 사람들이 되어 능숙한 소통 구조를 만들었는지 의문이지만 강렬한 몸짓 속에서 잠시나마 해소된 착각된 현실로 나타나 관객에게 작은 카타르시스를 전해주고 있다.

 다크서클즈컨템포러리의 앞으로 행보는 지켜볼만 하다. 이들의 치기어리지만 일상을 고민한 일련의 작품 속에서 동시대 한국무용의 현장성과 대중성 그리고 시대성을 함께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_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예술의전·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