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M Dance Company(예술총감독 김운미)의 젊은 안무가들이 펼치는 소극장 기획 공연 묵간(墨間)이 열여덟번째 무대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가졌다. 5월 14일 2회에 걸쳐 이뤄진 공연은 제목에서의 ‘ , ’ 이 보여주듯 숨가쁜 현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쉬어감의 의미를 담아 독특하게도 <, 가무(歌舞)>로 명명되었다. 최미정, 임해진, 박진영 세 안무자는 각자의 빛깔과 이미지를 통해 나름의 에너지를 극대화했고 쿰무용단의 발전양상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최미정의 <미인(me.in)>은 화려한 것만 동경하던 그 시절, 청춘이 아름답지 않았으나 인생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며 사느냐 보다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지를 스스로 내 안에 있는 나로서 자각하고 춤으로 표현했다. 흔히 아름다운 외모를 나타내는 단어인 미인이 아니라 내면 속의 나를 진정한 모습으로 드러날 때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사람임을 다룬 것이다. 전통적 오브제(탈과 바가지 등)와 현대적 움직임이 조화를 이루며 안무자 외에 5명의 무용수(김소연, 이지은, 공주희, 임송희, 지하은)가 작품에 극적인 부분과 춤의 부분을 맡아 주제를 확연히 드러냈다. ‘아,에,이,오,우’ 같은 발음과 구음의 사용 역시 한국적 요소로 작용했고, 탈 쓴 여인의 탈 안에 담긴 내면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한 외적 표출이 이중적 의미를 수용했다. 후반부 겉모습을 상징하는 바가지를 깨서 쓰기도 하고 뺏기도 하면서 그 외형을 벗어났고, 탈을 벗은 공주희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상수 나무를 향해 느리게 걸어가 그 밑에 앉고 나머지 무용수들도 사선으로 앉아 끝나면서 흡사 내면으로의 안착을 연상시켰다. 안무자 최미정의 주제를 다룬 연출력과 공주희의 연기력이 두각을 보인 작품이었다.
임해진의 <푸른 벼랑>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존재들의 아슬아슬 휘청이는 작은 몸짓처럼 격렬, 치열, 위태로움의 이미지로 삶을 다뤘다. 흔들리고 불안한 이들의 아우성 속에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애처롭지만 희망을 품은 몸짓으로 푸른 벼랑 끝에 서 있음을 주제로 선택했다. 이 작품은 순수하게 움직임을 통해 풀어낸 것으로, 전미라‧김예원‧진솔의 기본기를 갖춘 춤기량과 안무가 임해진의 작지만 야무진 춤집이 돋보였다. 첫 장면에 두 여인이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껴안은 상태에서 팔을 뻗어 이동하는 모습이 다른 방향성을 지니지만 위태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습으로 인식되어 인상적이었다. 솔로와 듀엣, 군무의 조합을 보이며 불안한 아우성을 몸으로 강약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한국춤의 기경결해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춤사위에 있어서는 전통적 움직임 보다는 역동성이 강조되었고, 후반부에서는 바닥면에 문자들의 영상이 깔리고 부드럽고 느려진 움직임은 부드럽고 유연한 웨이브를 사용해 여성미도 담았다. 구성보다는 춤어휘 연구에 주력한 듯 보이고 치열하게 벼랑 끝에 서 있지만 푸른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인간의 강인함이 부각되었다.
박진영의 <하(하)money>는 편협한 울림이 아닌 울림의 하모니를 갈망하며 그 조화로움과 심연의 장막을 걷어내 그 울림이 메아리쳐 타인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라이브 음악과 춤의 협업을 통해 잘 드러냈다. 안무자의 연륜이 가장 두드려졌던 작품으로 안무자 외에 4명의 무용수(이룩, 김재은, 정하연, 임지수)들의 힘차고 역동적인 에너지와 피아노와 소리, 드럼, 베이스, 태평소가 이뤄내는 강렬한 음악이 마지막 클라이막스에서 최고조를 이루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상수 라이브 연주가 공간 속에서 청각을 자극하고, 검은 일상복을 입은 여성 무용수들은 빠르게 진행되는 움직임으로 초반 분위기를 주도하다가 이어서 등장한 남성 무용수 둘이 붉고 굵은 노끈을 들고 나와 검은색과 붉은색의 시각적 자극을 감행했다. 안무자를 포함한 군무들은 여기저기에 던져진 노끈들 사이를 넘나들며 민첩한 몸놀림으로 움직여 독특한 플로어 패턴을 형성했다. 남성 구음에 안무자와 남성 무용수는 붉은 노끈을 잡아당겨 대결구도를 갖기도 하고, 노끈 전체를 안았다가 던져놓는 남성의 이미지가 강렬하고 처절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얇은 옷으로 갈아입은 무용수들이 장구가락에 날선 움직임과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과 신나는 음악이 더해져 조화로운 울림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 특히 안무자의 표현력 외에 이룩과 양지수의 카리스마, 김재은과 정하연의 가는 몸에서 나오는 내재된 에너지가 눈길을 끌었다.
<가무(歌舞)>는 세 명의 젊고 실력 있는 안무자들이 한국춤의 근간을 이루는 ‘歌舞’를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재해셕하는 작업을 통해 빛을 발했다. 더불어 현대적 움직임이지만 전통성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맥을 잇고자 하는 노력과 한박자 쉬어감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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