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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버전이 궁금한 무대 - ‘제6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중 〈해외안무가 초청공연-허용순〉

 2001년 발레 대중화를 목표로 시작된 ‘대한민국발레축제’가 5월 13일~29일, 예술의 전당에서 여섯 번째 무대를 열었다. 국립발레단의 스페셜 갈라를 시작으로 열린 이번 축제에서 5월 24일~25일에는 기획공연Ⅰ, <해외안무가 초청공연-허용순>의 작품이 올려졌다.


 첫 번째 작품은 미국 툴사발레단(Tulsa Ballet)에서 2014년 5월에 초연된 작품으로 독일 코부르크주립극장, 터키 이스탄불발레단에서 공연되었던 작품 <콘트라스트(Contrast)>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낯선 공간인 공항과 익숙한 공간인 집을 대조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바쁜 인간들의 모습과 그들만의 공간에 있을 때, 그들 내면의 세계를 안무로 담아낸 것이다. 존 애덤스의 강렬한 음악과 알바노토, 류이치 사가모토의 피아노 선율로 작품의 대조성을 극대화시킨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은 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였으며 현재 독일 칼스루에발레단의 디렉터이자 Mannheim University of Music and Art의 교장인 비르기트 케일(Birgit Keil)의 의뢰로 30주년 특별공연을 위해 안무한 작품 <엣지오브써클(The Edge of the Circle)>이다. 이 작품은 2015년 11월 슈투트가르트극장에서 초연된 것으로, 원(Circle)은 너무도 완벽하고 부드러운 모양처럼 보이지만 수많은 작은 각이 모여 이루는 곡선의 도형이고, 이처럼 인간관계도 멀리서 보면 편안하고 아무 문제없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라는 의미를 내포한 작품이다. 원을 구성하는 많은 각처럼 무대 위 다섯 커플의 얽히고 설킨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의 관계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무대의 두 작품은 인간 내면을 다룬 것으로 철학적인 주제, 자연스러운 움직임, 발레의 테크닉 등으로 무대 위에서 인생을 보여주는 유럽 스타일의 분위기를 선사하고자 한 것이 안무가의 의도였던 것 같다. 그러나 발레 무용수 10명이 펼치는 무대는 철학적인 분위기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배제된 채 발레 테크닉만으로 승부한다는 발레 무용수들의 투철한 의식이 엿보였고, 이러한 강한 의지와 과욕이 부른 부작용으로 작품은 다소 힘겨워 보였다. 특히 정형화 된 발레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발레 콩쿠르에서 볼 듯한 분위기였다. 뿐만 아니라 무용수들의 계속된 강한 움직임은 숨찬 시간으로 다가와 기교적이면서도 여유로운 무대를 펼치는 유럽 무용수들의 오리지널 버전(original version)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허용순스타일의 작품은 발레 테크닉을 기초로 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인체가 표현할 수 있는 움직임의 향연을 보여주는 것이 그녀의 작품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번 무대에서는 작품에 대한 이해와 분석, 철학적 관념보다는 발레 테크닉만을 우선시 한 느낌이어서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번 작품이 한국의 무용수들을 위한 신작(新作)이 아니라 재연(再演)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발레축제가 더 이상은 공연을 위한 작품이 아닌 관객을 위한 작품이기를 바란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사진_ ⓒJulie Shelton, ⓒAdamill Kuy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