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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춤을 알아가는 공연 - 코우스의 ‘지무(知舞)’


 한국문화의 집(Korea Cultural House), 편하게 이야기하는 코우스(KOUS)는 전통 문화전승과 전통공연예술의 보루이며 첨병이다. 이곳에서는 지속적인 문화유산교육이 이루어짐과 함께 거의 매일 다양한 전통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무용 공연도 이 공간에 힘입은 바가 크고 춤꾼들이 통과의례처럼 서는 무대 혹은 가장 두려운 무대로 자리한다. 이는 그동안의 명성에서 비롯된 코우스의 상징성과 경쟁 아닌 경쟁의 무대 기획에 의해 춤꾼이나 관객들이 긴장감을 느끼는데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인 무대로 팔무전, 팔일(八佾)을 들 수 있다. 이 무대는 류파별로 전승된 춤의 원형적 모습이 원로들에 의해 혹은 가장 절정에 오른 춤꾼들에 의해 펼쳐지는 공연이다. 특히 그 유파에서 어느 정도 실력과 인지도가 있고, 흥행성까지 겸비한 춤꾼의 무대이기에 다른 전통무대와 다르게 관객이 전혀 모르는 춤꾼의 공연이라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충분함을 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진옥섭 예술감독과 박경진 연출가 두 사람에 의해 머리로 몸으로 기획되는데 힘입은 바 크다.

 이러한 공연 흐름에서 2015년 새롭게 변용된 지무(知舞)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팔일에서 검증된 인물을 중심으로 그 정점에 오른 전통 춤꾼 4명이 한 무대에 서는 형태로 말 그대로 춤의 맛을 이제 알아가는 이들의 공연을 말한다. 또한 40-50대의 가장 정점에 오른 춤꾼들이 그동안 팔일에서 한 종목만 선보인 아쉬움을 이 무대에서는 두 개의 레퍼토리를 펼치며 춤꾼 스스로도 또 하나의 문턱을 넘어 스스로와 경쟁하는 무대라 할 것이다.


 2016년에도 ‘지무’는 5주에 걸쳐 20명의 춤꾼들의 무대가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는 2016년 첫 주 공연을 중심으로 단상을 적고, 다른 주 공연에서 느낀 장광설을 늘어놓고자 한다.

 첫 주(20016.6.7) 공연은 강은영, 김호동, 나인선, 이미주의 무대로 이루어졌다. 강은영의 무대는 지전춤과 진도북춤으로 꾸며졌다. 두 춤에서 드러나듯 춤꾼에게는 진도 본연의 춤사위가 드러났다. 특히 진도북춤의 경우 투박하지만 진도민속춤의 DNA가 그대로 드러난 무대였다. 그동안 무대공연예술로 조탁된 진도북춤의 모습, 특히 첫 대목부터 미소를 띠우며 등장하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민속적 요소가 가미된 아니 오히려 원형적 모습에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김호동은 승무와 한량무를 선보였다. 이매방에게 사사한 춤꾼은 이매방류 춤의 맺음과 풀림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교태와 절제가 혼합된 춤이 아닌 춤꾼의 체구에서 드러나는 호방한 기운으로 새로운 느낌의 춤을 전달해주었다. 춤꾼의 내공도 그러하지만 무대 장악력이 앞서며 관객과 호흡을 같이한 무대였다.

 나인선은 논개살풀이춤과 교방굿거리춤의 김수악류 춤을 펼쳐보였다. 몸태에서 나오는 고운 선과 유동적 움직임은 교방춤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적합한 춤사위를 보였다. 그런 양태는 논개살풀이춤에서 작품 전체에 감정이 깊이 이입되거나, 진주교방굿거리춤에서는 스승인 김경란의 모습이 비추어지는 등 서울교방 소속 춤꾼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이미주의 무산향과 살풀이춤은 정재와 민속춤을 한 자리에서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새로움을 주었다. 두 춤 다 정제되어 있는 춤이다 보니 감정선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가운데 담백한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전혀 다른 색깔을 지닌 춤꾼 4명이 본인을 제대로 보여줄 춤 두 종목을 춘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무대는 춤꾼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고, 대중에게도 흥미를 주기에 충분한 무대였다.


 그런데 ‘지무’ 공연에서 이런 긴장감이 항상 유지되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아무리 과거에 어느 정도 검증되고 그 유파에서 대표되는 춤꾼이라 하더라도 ‘지무’ 무대에 설만큼 두 종목이 완성되어 공연으로 보여주는데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셋째 주 공연은 악사와 춤꾼의 합이 맞지 않아 일어난 작은 해프닝도 발생하는 문제 등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관객에게 그리 만족스러운 무대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레퍼토리가 살풀이춤이 반복되는 정적인 종목을 반복하는 것은 차치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춤꾼에게는 최선을 다한 무대였겠지만 관객과 소통이 없이 흥이나 카타르시스도 제대로 일으켜지지 않은 내용은 여타의 다른 곳에서 행하는 전통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일 년도 채 안된 공연 형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문제겠지만 코우스의 상징성 혹은 항상 그래왔듯 대중이 믿을 수 있는 코우스의 기획 공연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또 다른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한국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