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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전해지는 온기 - 김은희‧ 임현선의 전통춤이음새 〈모전여전〉


 어머니의 춤이 딸에게 이어지는 감격적인 순간의 기록이 6월 19일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에서 있었다. 김은희 선생과 임현선 선생의 공연은 이미 수차례 보아왔지만 노한나와 박지선의 공연은 생소한 바 그들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였다. 양종승 선생의 사회로 무용수와 작품에 대한 소개를 미리 받았기에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 가능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임현선 선생의 <춘앵전>은 조선 순조 때 효명세자(孝明世子)가 순종숙황후(純宗肅皇后)의 보령(寶齡) 40세를 경축하기 위하여 창제한 정재(呈才)이다. 그녀는 화문석 위에서 느린 가락에 유려한 춤사위를 보였는데 편안하면서도 여유가 느껴졌고, 오방색 한삼과 화려한 의상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도 했다. 김은희 선생의 <전통굿거리춤>은 故김수악류 춤으로 故송화영 선생이 재구성한 것을 동료였던 김은희 선생으로 이어졌다. 여러 제목으로 불리다가 김수악 선생이 직접 정해준 <전통굿거리춤>은 김수악 선생의 구음을 사용해 맨손으로 춤추다가 수건을 들고 추는 구성이었다. 대형 병풍을 뒤로 하고 대형 화문석 위에서 춤추는 김은희 선생의 춤은 구성진 소리와 툭툭 떨어지면서도 절제된 춤사위가 조화를 이뤄 전통춤의 깊이와 호흡이 적절하게 구현되었다. 임현선 선생과 박지선이 함께 한 <태평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되어 있는 춤으로, 의젓하면서도 경쾌한 춤사위와 가벼우면서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가 돋보인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두 모녀는 서로의 공간을 유지하며 태평무의 발 디딤새가 보이는 신명과 기량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어진 노한나의 최종실류 <소고춤>은 가장 흥과 역동성이 부각된 춤이었다. 농악에서 소고잡이들이 추는 춤으로 본래 역동적인 동작과 개인기로 신명의 판을 만들어 내는 풍물판의 백미로, 노한나는 길놀이-굿거리-자진모리-동살풀이-휘몰이 장단의 변화에 맞춰 소고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했다. 박지선이 춘 故 황무봉류 <산조춤>은 김매자 선생으로 이어지며 박성옥 철가야금에 <여운>이라는 제목으로 김매자 선생이 1972년 초연한 작품이다. 박지선은 본인의 장점인 긴 선을 잘 살리면서 춤과 소리의 어울림이 중심인 산조춤의 풍미를 담아냈다. 마지막 무대인 김은희 선생과 노한나의 <승무>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인 <승무>의 품위와 격조를 살리는 동시에 이매방 선생의 승무가 지니는 태극음양의 원리를 더불어 그려내고자 했다. 모녀는 연꽃 영상 속에 서로 간격을 두고 앉아 동일한 듯 다른 자신만의 감성으로 승무를 췄고, 후반부 서로 대북을 사이에 두고 흥겨운 북가락과 춤사위로 느낌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도모했다.

 모녀라는 끈끈한 관계를 넘어서 스승과 제자인 동시에 춤이라는 긴 여정의 벗으로 마주한 어미와 딸의 모습은 눈빛과 호흡에서 느껴지는 동질성이 아름다운 동시에 훌륭한 기량으로 빛을 더했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한국춤문화자료원 공동대표)
사진_ 안무자 김은희, 임현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