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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복합을 통한 새로운 실험 정신의 바로미터 - 2016년 파다프(PADAF)


 ‘융복합’은 이제 그리 낯선 용어가 아니다. 아니 모든 분야에 융복합이 요구되고, 현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에도 융복합이 자주 붙는 접두어로 쓰이다 보니 오히려 흔한 말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융복합은 문화뿐만 아니라 21세기 사회 각 분야 생존 수단을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인식된다.

 이미 이러한 융복합의 형태는 예술에서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다. 예술분야에서는 ‘항상 새롭게 하라’라는 모토 속에서 그 방법론을 찾았고, 각 장르에서 표현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다른 문명을 접목하며 새로운 장르를 생산해 냈다. 그런 새로운 장르적 생성의 대표적인 예가 영화이고, 뮤지컬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르도 생성된 지 한 세기가 넘다보니 창조적 예술가들은 조금 더 다른 분야, 특히 테크놀로지와 결합을 꾀하며 새로운 첨단 문화 창조를 위해 노력 중이다.

 무용도 융복합을 모색하며 새로움을 찾고자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파다프’처럼 전체 공연이 융복합을 지향하는 행사도 나타났다. 파다프는 PADAF. 즉 Play Act Dance Art-Tech Film Festival의 준말로 무용과 연극 등의 무대공연예술과 영상, 기술 등의 만남을 지향하는 공연으로 2016년에도 6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과 갤러리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개막작과 국내초청작 그리고 신진예술가 등 20개 팀이 공연한 행사에서 여기서는 6월 25일 상명아트홀 갤러리에서 열린 전예화의 <혼자 때로는 돌>, 권선화의 <사물의 시선_드로잉 기법>, 정홍재의 , 전미라의 을 대상으로 융복합 공연에 대한 미시적 거시적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전예화의 <혼자 때로는 돌>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공연에 앞서 입장하는 관객들을 하나의 줄에 묶어 공연장의 한 공간에 머물게 만든다. 이건 좋건 싫건 간에 대중은 보이지 않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또한 이 작품에서 무용수는 실제 등장하지 않고 영상 속에서만 나온다. 영상 속에 여러 무용수들의 몸짓 속에서 관계성과 현실 속 익명의 관계는 결국 분리되지 않고, 하나임을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한 장면 정도 무대에 무용수가 실제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도 어찌 보면 틀에 박힌 방식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전미라의 은 권태가 주제이다. 모든 예술의 출발은 배고픔이나 절박함에서도 나오지만 권태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상의 수필 <권태>에서도 단조로움 속에서 일상의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권태 속에서 쓸데없는 상상이 나온다. 에서도 일상적 영상 장면과 영화감독과 무용가의 대화 그리고 이런 지리함을 풀고자 하는 안무가의 몸짓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권태를 해소하고자 하는 장치로 욕망을 모티프로 하고 강렬한 몸동작과 색조를 통해 그 맺음을 하고자 한다.


 정홍재의
은 영상과 모티프의 반복을 통해 일상과 젊은이들의 사회의식을 풀고자 한 작품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과 표현 방식에서 부분적으로 단절되어 나타나지만 관점을 달리하는 여러 시각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권선화의 <사물의 시선_드로잉 기법>은 공간 속 여러 의식의 흐름을 분절하여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여러 오브제를 활용하고, 서예가의 퍼포먼스 등을 활용하는 등 작품 전체에서 융복합을 시도하려 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 네 작품으로 2016년 파다프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이 작품들이 결국 현재 융복합 공연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몇 가지 논의를 제공한다. 우선 공연에서 기법과 모티프에서 어떠한 실험정신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융복합에서 요구되는 것은 과학정신과 실험성일텐데 그런 부분에서 무용의 부족한 표현 방식을 채우고 무용을 극대화하여 보일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구현되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여러 장치들이 복합을 이루었지만 융합이란 측면에서 ‘이것이다’라 말하기에는 완만한 면이 없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소재에서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겠지만 일상성에 치중하여 뚜렷한 사회의식을 찾거나 무얼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지 주제의식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창작에서 고민할 부분으로 남을 것이다.

 융복합이라고 했을 때 요구되는 고정관념 중 하나가 ‘새것 콤플렉스’일 수도 있겠지만 치기어린 모험과 진보적인 도전 속에서 또 다른 화두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안무가에게 요구되는 사항일 것이며 앞으로 파다프가 지향하는 바도 이러한 담론 속에서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PADAF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