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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재치 있는 구성에서 탁월한 테크닉으로 진일보하기를… - 다크서클즈의 <몸의 협주곡>


 

 예술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이제 공연의 중차대한 목표가 되었다. 대중을 의식하는 일을 더는 상업주의와 결부시키거나 폄하할 수 없게 되었다. 순수예술을 대중과 호흡하도록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무게중심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게를 싣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다크서클즈의 <몸의 협주곡>은 작년 초연부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충족시킨 공연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발레와 현대무용의 안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며, 제목이 말해주듯 악곡의 형식과 악기의 특성에 의지해 신체를 조율하는 듯한 움직임은 유쾌하고 재밌었다. 특히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깊이 고민한 흔적이 돋보인다. 춤을 추던 무용수들이 갑자기 옷을 벗어 관객에게 맡겼다가 나중에 다시 찾아가는 모습이 그랬고, 엉덩이나 뺨을 가볍게 때리는 동작들은 관객의 흥미를 돋웠다.

 


 

 대중성은 충족했으나 작품성에 대해서는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공연은 협주곡의 형식에 맞춰 4장까지 구성되어 있는데 장별 내용이 주제나 춤의 형식을 특징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시청각적인 표현이 주가 되었다. 전체적인 구상은 좋았으나 전문성 있는 테크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테면 개인기를 보여줄 수 있는 고난도의 기교라든지, 춤의 앙상블을 확인시켜 줄만큼의 기술적인 결합 등은 보이지 않았다. 독무에서부터 2, 3, 4, 5, 7인무, 군무까지 다양한 조합을 보여주지만 몇 장면의 특징적인 표현을 제외하고는 많은 동작이 반복되고 있었다.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기술과 기교를 단순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저 아름답고 매끈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 관객을 배려하는 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다크서클즈의 춤에 좀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재치 있는 발상에 그치지 말고 춤의 디테일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무용수라면 좀 도전해볼 만한 모험적 요소가 이들의 춤에선 발견되지 않아 안타깝다.


 또한,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되는 음악과 춤의 조화에 빨려들게 되지만 주제도 의미도 발견할 수 없고 선율을 타고 있는 몸만 있을 뿐이다. 춤의 안무가 구성력과 기획력에 흡수되고 있음을 느낀다. 에피소드 나열과 재미에 비중을 두다 보니 춤의 바탕이 되어야 할 기술이나 공연철학이 쇠약해지고 있다. 지금의 소통 방식에 춤의 바탕이 좀 더 두터워진다면 대중의 눈높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글_ 서지영(공연평론가, 드라마투르기)
사진_ 박지현(Jihyun Midori Par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