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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비평

‘매튜 본’, 이름만으로 믿고 보는 공연. 그러나… - 매튜 본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


 1995년, 남성 백조들을 등장시킨 <백조의 호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국의 안무가 매튜 본(Matthew Bourne)이 고전주의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하여 6월 22일-7월 3일 LG아트센터에서 선보였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안무가’, ‘탁월함과 신선한 접근으로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는 안무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로 불리는 이유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번 무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매튜 본은 등장인물 설정부터 무대장치, 의상과 분장, 음악 등에서 상상초월의 모습을 보여주며 완벽에 가까운, 차별화된, 대중적인 발레작품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의 차별화된 작품의 요소로는 첫째, 등장인물에서 오로라 공주의 연인을 왕실의 정원사로 설정, 100년 후 공주와 연인과의 만남을 위해 뱀파이어인 라일락 백작을 등장시킨 점으로, 매튜 본의 기발한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인 댄스 뮤지컬(Dance Musical), 댄스 씨어터(Dance Theatre)를 창안한 매튜 본은 이번 작품에서 움직이는 무대장치로 한편의 만화, 영화 속 영상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셋째, 의상과 분장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관객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중적인 발레 작품으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넷째,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기반으로 하되 현대적인 음악을 접목시켜 청각적인 부분에서 익숙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이상과 같이 매튜 본은 발레작품이 지닌 난해한 부분들을 제거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발레를 위해서 직접적인 표현방식을 택하였다. 이러한 그의 방식은 관객이 발레공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고 그에 대한 신뢰감을 쌓게 하여 매튜 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믿고 보는 공연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의 의상은 무거운 느낌으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무거웠다. 또한 여느 발레공연에서 보여주었던 완벽한 기교적 움직임보다는 편안한 움직임 자체를 강조하는 무대로 다소 낯선 발레공연이었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무용수들의 테크닉 수준을 궁금하게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웅장한 무대장치와 특이한 스토리 전개,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음악 등이 뒷받침 되어 무용수들의 결점을 보완시켜 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일부 장면에서는 그의 작품 <백조의 호수>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진 것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공연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천재적인 안무가, 대중발레의 선두주자 매튜 본에 대한 신뢰감을 돈독히 하는 시간이었으나 무용수들의 기교면에서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미달되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매튜 본의 완벽한 작품을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무용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글_ 전주현(발레전문 리뷰어)
사진_ LG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