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국립현대무용단과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공동제작한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나티보스’(Nativos)>가 세계 초연되었다.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여성안무가 애슐린 파롤린의 안무로, 작품성에 있어서 한국과 벨기에라는 서로 다른 세계가 ‘접속’하고 ‘발화’하는 <나티보스>는 그 의도의 측면에서는 훌륭했다. 영어로 ‘네이티브’(native)에 해당하는 ‘나티보스’(Nativos)는 스페인어로 ‘토박이’ 혹은 ‘토착적인’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안무가는 한국의 ‘내림굿’에 깊은 인상을 받고 무속인의 몸짓이나 행동을 공연에 적절히 입히고자 했다. 샤머니즘과의 만남, 신체언어를 통한 이질적인 대화, 주목받는 안무가 애슐린 파롤린과의 협업 등은 주목받기에 충분했지만 그러나 굿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안무자와 무용수간의 소통에 있어서는 문제점이 엿보였다.
반복적인 모티브를 중심으로 쌓여가는 그녀의 안무성향은 제의적 미니멀리즘이라는 미명하에 치열함을 추구했지만 무용수들의 끊임없는 에너지의 발산과 집중이 내면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돌며 안타까운 몸짓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해외무대에서는 이국적인 주제와 타문화의 원시성에 대한 신성함, 기묘함을 바탕으로 색다른 움직임이 눈길을 끌 수는 있겠으나 예술성과 완성도의 측면에서 좀 더 무용수와 안무가가 많은 시간의 대화와 작업을 통해 내림굿의 깊은 심연까지 이해하고 임하지 못한다면 감동의 측면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젊은 무용수들인 박재영, 임종경, 최용승, 말레이시아 출신의 유용현 등 출연자들의 기량은 좋았으나 작품전반을 이끌어나가는 뒷심이 발휘되지 못했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전통적 뿌리나 샤머니즘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와 몰입이 있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안무가가 혼란과 혼돈을 창조해서 새로운 지각을 정립시키고자 했다면 이는 카오스적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나 지각의 정립이라는 부분이 미흡했다.
연출의 부분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소리와 타악 연주, 서양의 즉흥음악 피아노 연주를 동시에 사용해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점이 새롭지는 않지만 두 문화의 접점에 기여했다. 유럽 무대진출이라는 목표가 확실하다면 소리의 부분을 더욱 강화시키고, 적절한 해석 작업을 통해 공통의 이해를 도모해야 하며 이에 비해 현재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국제성을 보완하고자 한 점은 적절했다. 다만 샤머니즘이라는 주제는 동서양 모두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편적일 수 있으나 이를 다루는 방식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특성을 살렸어야 했다.
부연하자면 특히 우리는 노래하는 이의 가사나 무용수의 텍스트에서 그 문화적 특성을 읽어낼 수 있으나 해외에서의 이해도 문제라든지 접신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다뤘을 때 우리의 정서와 달리 받아들여지는 부분들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상호문화성을 감안하더라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포인트의 보완이 필요했다. 따라서 세계 속의 한국을 지향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은 작품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자각과 시대정신의 반영, 문화적 충돌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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