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포스트코리아
지난자료보기

로고

무용리뷰

공연비평

젊은 예술인들의 치기 어린 무대 공간, 주말극장 in 문래예술극장 - 코리아댄스컴퍼니 결의 〈큐브°C(큐브도시)〉


 무용공연이 자유 의지만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경제적 측면을 떠나 우선 유파나 사제 관계가 중심에 놓이고, 대학이라는 조직이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젊은 춤꾼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국립발레단 초창기를 이끌던 임성남이 “한창 활동기의 무용수들이 대학에 재학 중인데도 교외활동을 제약하는 바람에 무용수의 부족을 극복할 수 없어 발레가 부진을 면치 못한다.”(동아일보, 1972.6.14.)고 개탄한 상황은 현재도 그대로 이어지는 듯하다.
이러한 관계에서 벗어나더라도 젊은 춤꾼들은 자유롭게 공연할 공간이 태부족이라 자신을 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젊은 춤꾼들은 조금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싶어 한다. 그게 치기일수도 있지만 제대로 갖추어진 공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수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을 굳건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실험은 어찌 보면 무용계 내부보다는 예술 전반의 공간으로 눈을 돌려보면 가끔은 해답을 나올 수 있다.

 ‘주말극장 in 문래예술극장’도 그러한 젊은 춤꾼들의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은 주말에 젊은 예술인들이 다양한 장르를 통해 그들의 끼를 발산하는 곳으로 문래동이라는 상징성이 그 의미를 배가 시켜준다. 이러한 ‘주말극장 시즌 3 스물여섯 번째 공연’으로 코리아댄스컴퍼니 결의 <큐브°C(큐브도시)>(문래동 요꼬스튜디오, 2016.8.6.)가 관객과 함께 하였다.
코리아댄스컴퍼니 결은 한국무용의 원형적 특징 중 하나인 정중동의 정서적 흐름 속 그 선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는 한국무용 창작 퍼포먼스 단체로 한국무용의 대중성과 타 장르와 결합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집단이다. 이날 레퍼토리는 <푸르름은 없다>, <불여귀>, <부채산조>, <흐름>, <구음검무>, <동동>, <화관무> 등으로 창작에서 전통까지 다양한 내용으로 그들의 색깔을 보여주었다. 우선 이 공연에서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통의상을 벗고, 연습복이나 가벼운 의상으로 움직임을 보여주어 동작에 대한 집중을 하게 만들었다.



 <불여귀>에서는 인간이 되고 싶은 늑대인간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그리 체구가 크지 않은 무용수(이상세)였음에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그 내면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어 <흐름>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동작을 이어간 작품이다. 그럼에도 워낙 무용수(이동준)의 기가 강하게 나타나다 보니 움직임 흐름의 강약조절에서 유동적이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다년간 전통무용의 훈련 속에서 진중한 몸짓을 보인 무용수들의 작품들이 더 다듬어져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나아갈 바탕이 된 공연으로 비추어졌다.


 사족일지 모르겠지만 이 날 공연은 관객이나 무용수의 입장에서는 괴로운 시간이었다. 이는 공연 내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외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염천에도 불구하고 선풍기 몇 대로 그 좁은 공간의 더위를 식히기에는 무리였다. 물론 그리 풍족한 환경은 아니더라도 이것은 우선 공연자와 이곳을 찾은 관객에 대한 배려라는 측면에서 시급히 개선되어야 될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는 더위 때문이겠지만 공연 전 극장에서 주최 측과 참여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극장에서 공간을 제공했으니 그것에 맞추어 공연하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 바로 전 무대 분위기는 그리 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에 이러한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럴수록 더 좋은 환경에서 젊은 예술인들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떠나 무대에서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함께 이루어지길 바란다.


글_ 김호연(문화평론가)
사진_ 코리아댄스컴퍼니 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