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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공연비평

신선함보다는 주제에 대한 성찰이 돋보였던 - 김재승의 〈신(新) 광대_ 화(話)〉



 2016 수원문화재단이 선정한 유망예술가 김재승의 공연이 9월 25일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신(新) 광대_ 화(話)>라는 제목으로 있었다. 마훌라컴퍼니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그가 선택한 방식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와 재해석, 새로운 움직임 어휘의 창출인 듯 보였다. 특히 이번에 주목한 주제는 그 옛날, 직업적 예능인이었던 광대의 드라마적 삶을 통해 이 시대의 새로운 광대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었다. 또한 서양 광대의 팬터마임을 무용적 움직임으로 풀어낸 유럽의 신체극에서 영감을 받아 그 양식까지 더하고자 노력한 본 프로젝트는 독자적 예술장르로서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우리의 전통 무대를 지향해 막 없이 오픈된 무대에서, 상‧하수 라이브 음악으로 시작된 공연은 여성의 소리에 맞춰 중앙 노란 의상에 빨간 단삼을 든 여인이 춘앵전을 재해석한 듯한 현대적 움직임을 보였다. 그녀는 세련되고 쿨한 이미지로 정재 음악에 맞춰 정재의 춤사위와 변형된 움직임을 통해 그 기량을 과시했다. 기본기가 탄탄한 그녀의 춤은 이내 라이브 연주에 맞춰 가락에 따른 사이사이의 변이에서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보였다. 무용수 퇴장 후 하수에서 소리하는 남성이 소리를 한바탕 하고 상수에서 검은 모자를 쓰고 바바리를 입은 남성이 광목줄에 매달린 네모난 가방을 힘겹게 끌며 자신 쪽으로 잡아당겨 하수 끝에 놓고 부채를 꺼내들어 솔로로 광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상수 연주자와 하수 장구가락에 맞춰 탈춤의 동작과 현대적 움직임을 조합한 그의 춤어휘는 다양하고도 한국적 정서를 충만하게 담고 있었다. 부채를 펴서 입에 물고 그곳에 그려진 얼굴을 중심으로 손가락만 움직여 무음악에 춤추는 모습은 아크람 칸의 작품 <데쉬(Desh)>를 연상시켰다. 그는 무대 밖으로 뛰어내려 부채를 입에 문채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으로 관객들을 향해 손을 내밀어 그들을 쓰다듬었고, 그의 이끌림에 의해 무대로 올려진 남성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이수자인 허창렬이었다. 그는 다른 무용수들이 전달해주는 옷과 소품을 전달받고 탈은 얼굴에, 패랭이를 머리에 쓴 채 가락에 맞춰 높낮이가 현저히 보이는 춤사위를 선보했다. 움직임의 측면에서 탈을 쓴 상태로 음에 따른 춤사위들을 능숙하고 호소력 있게 다루는 춤이 도드라졌다. 그는 직접 노래를 부르며 탈춤의 춤사위를 표현하는데 능수능란한 움직임이 관객의 박수를 이끌었고, 김재승과의 협업을 통해 주제에 접근하고자 했다. 작품에 있어서 허창렬의 비중이 큰 만큼 그의 존재감과 김재승의 아우라가 조화를 이룬 상황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어서 등장한 네 명의 여성무용수들(변상아, 이성희, 이한빛, 김문희)은 옆으로 몸을 튼다든지 중앙 사각박스 조명 안에서 나름의 개성과 기량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따로 혹은 같이 탄탄한 춤집을 과시했다. 다소 서로의 호흡이나 호응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움직임의 특질은 다채로웠다. 신들린 듯한 김재승의 솔로는 가면 속에 감춰진 자신들의 재능을 이어가고자 했던 그 옛날의 광대들의 모습이 투영되듯 오늘날에도 드러나지 않고 묵묵히 재능을 갈고 닦는 전통예술인의 모습에서 유사성을 찾았다. 초반과 동일하게 그가 짐을 싸들고 퇴장하는 동안 허창렬의 춤과 소리가 이어지며 느린 움직임으로 맺는 결말은 허무하지만 그 끈끈한 삶을 이어나가는 광대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결론적으로 <신(新) 광대_ 화(話)>는 팔목중의 외사위, 곱사위, 양사위, 민사위, 무동춤과 취발이의 깨끼춤, 말뚝이의 두어춤, 미얄의 궁둥이춤, 까치걸음 등 탈춤의 특징적 춤사위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방식의 접근은 좋으나 전통춤과 현대적 움직임의 조합, 특히나 한국무용에 있어서 전통음악이나 탈춤의 조우는 빈번했기에 신선함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또한 무용수들의 기량은 훌륭했지만 그 진지함과 무게감에 있어서는 허창렬에 의해 다소 빛이 바래는 느낌이 없지 않았고 각각의 요소들은 좋았으나 진한 감동을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정서를 충만하게 담은 음악과 의상 및 소도구, 관객에게 열린 무대, 신체극의 표현법 수용 등이 안무자의 의욕과 열정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재승과 장한나는 분명 감각 있고 진중함을 갖춘 무용인들이기에 앞으로 <신(新) 광대_ 화(話)>의 의미 있는 시도를 재정비해 한국춤의 전통성과 컨템포러리댄스로서의 현대성을 해외로까지 알릴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길 바란다.

 

 

글_ 장지원(무용평론가)
사진_ 안무가 김재승 제공